러 "우크라 돈바스에 北노동자 투입 가능"..유엔 "대북제재 위반"

이승호 2022. 7. 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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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버스정류장에 '러시아를 위해. 돈바스의 아이들을 위해'라는 선전문구가 러시아 국기와 함께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친러시아 지역 재건 사업에 북한 노동자들이 투입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공화국들의 협력 가능성은 상당히 폭넓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가 말한 공화국은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성향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말한다. 북한은 지난 13일 DPR과 LPR을 공식 국가로 승인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기술력이 높고 근면하며, 어려운 조건에서도 솔선해 일하는 북한 노동자는 (DPR·LPR의) 파괴된 인프라나 시설을 복구하는 데 중요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한 러시아대사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투입될 가능성을 언급했다.[이즈베스티야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북한과 돈바스 지역이 경제적으로 밀접함을 강조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옛 소련의 기술적 지원으로 건설된 북한의 모든 제철, 운송 기계 기업들에는 여전히 (돈바스의) 슬라뱐스크나 크라마토르스크의 중기계 공장과 다른 기업들에서 생산된 설비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북한은 자체 생산 기지의 개·보수를 위해 (돈바스에서) 생산되는 부품이나 설비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과 돈바스 지역이 교환할 수 있는 상품 목록도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든 것은 광물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소련 시절부터 (돈바스 인근의) 멜리토폴항으로 유입되던 대규모 화물 가운데 하나는 (돈바스) 지역 제철단지들의 용광로에 내화재로 사용된 북한산 마그네시아 클링커(magnesia clinker)였다”며 “북한으론 도네츠크의 코크스탄,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서 생산된 밀 등이 수출됐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서방 제재 상황에서 북한과 돈바스 공화국들이 교역하기 쉽지 않겠지만, 충분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오른쪽)가 임천일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담을 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러시아 측의 북한 노동자 투입 가능성에 유엔 측은 대북제재 위반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로 활동 중인 에릭 펜턴보크 조정관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일하는 건 유엔 제재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펜턴보크 조정관은 마체고라 대사가 언급한 설비·장비 등의 대북 수출 또한 “제재 위반”이라며 “(러시아) 고위 외교관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제재 결의의 위반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애런 아놀드 전 대북제재위원회 전문위원도 RFA에 “북한 국적자의 취업 비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러시아가 발급한 학생 비자와 관광객 비자가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비자 종류를 변경하면서 국제적 의무를 회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은 지난 2017년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라 금지돼 있다. 이에 유엔은 모든 회원국에 2019년 말까지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토록 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아프리카 국가 등지엔 최대 수만 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가 체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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