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주문한 반도체 인재양성 청사진 나왔다..10년간 15만명 배출

홍지유 2022. 7. 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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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약 15만명의 반도체 인재를 키우는 내용의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방안’이 19일 발표됐다. 교육부가 반도체 관련 학과(반도체·전자·신소재·재료·기계공학과 등) 정원을 5700명 늘려 2031년까지 반도체 인력 4만5000명을 배출하고,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직업계고와 학·석·박사급 인력 10만5000명을 추가 배출하는 게 골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지시한 지 42일 만에 발표된 청사진은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만들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충북 음성군 반도체 생산업체 DB하이텍 상우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환경부]


정부가 내놓은 인재 양성 방안은 앞으로 10년간 12만7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했다. 반도체 산업이 연평균 6.2% 성장하고 인력 수요가 5.6%씩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정부는 이직과 퇴사 등 재직자 이탈 가능성까지 고려해 인재 양성 목표치를 10년 내 15만명으로 잡았다.


“타과·타대생 자유롭게 반도체 공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경우 학생 증원 조건이 완화된다. 기존에는 4대 요건(교원·교지·교사·수익용 재산)을 모두 갖춰야 증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교원 요건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다. 교원 확보를 위해 산업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겸임·초빙 자격요건도 완화하고 정부가 교수 인건비도 지원한다.
반도체 교육 접근성도 높아진다. 타과 학생이 반도체를 공부할 수 있도록 단기 집중 교육 과정을 만든다. 전공을 불문하고 하루 8시간 주 5회 수업을 20주 동안 이수한 학생에게 설계·소자·공정 등 반도체 세부 분야 ‘마이크로 디그리’를 주는 식이다. 마이크로 디그리는 학사 학위와 별도로 부여되는 교육 수료 증명서로 반도체 분야를 공부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교육부는 “대학 간 공동 반도체 교육 과정을 개발해 타 대생이라도 대학을 넘나들며 수업을 듣고 대학들이 훈련용 시설·장비도 공유하도록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업 엔지니어 석·박사 밀착 교육


과기부와 산업부는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2029년까지 1조96억원을, PIM(중앙처리장치와 메모리를 합친 반도체) 개발에 2028년까지 4027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반도체 기업 수석급 엔지니어를 대학에 배치해 학생들을 밀착 멘토링하고 실전형 석·박사를 키운다.

교육부는 이와 별도로 2023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20개 내외 대학을 선발해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지정하고 전폭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20개 대학은 지역 안배를 고려해 선정한다.

직업계고·전문대 단계에서는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양성한다.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과 일·학습 병행 교육 과정을 늘리고 직업계고 학생들은 고교 단계부터 반도체 생산 현장과 훈련기관을 오가며 실무를 배우게 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도권 정원규제는 유지


이번 방안에는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격차를 해소할 구체적인 해법이 담기지는 않았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비수도권은 상황이 어려운 만큼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 우수 교원과 훈련 설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지정하면서 수도권에 30억원을 지원한다면 비수도권에는 60억원을 주는 식으로 비수도권에 더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장미란 교육부 산학협력정책관 직무대리는 19일 브리핑에서 “현재 15개교에서 운영 중인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를 내년 20개교 이상으로 늘리고 이때 비수도권 대학과 중소기업 연계 계약학과를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비수도권을 전폭 지원하겠다는 교육부 계획과는 반대로 최근 교육부가 대학을 상대로 실시한 반도체 관련 학과 증원 수요조사에서는 수도권 14개교가 총 1266명, 비수도권 13교가 총 611명의 증원을 요구해 지역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지난 7일 오후 수도권 대학 반도체 관련학과 증원에 반대하는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소속 총장들이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반도체 학과 관련 간담회를 하기 위해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들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종 지역대학총장협의회장, 박맹수 전북지역 대학총장협의회 회장. [연합뉴스]

‘인구집중 유발시설’인 수도권 대학에서 임의로 정원을 늘리지 못하게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일단 존치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 증원은 최소한으로 하고 반도체 인접·유사학과 트랙 운영, 전공 제약 없는 융복합 교육 과정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큰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도권 총량 정원이 약 11만 7000명이고 2022학년도 입학 정원이 약 10만9000명으로 8000명 정도는 법 개정 없이 증원할 수 있는 여유분이 있다. 그보다 더 증원이 필요하다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추가 조정을 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인도 반도체 배우는 대만 사례도 참조해야


이번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인력 양성 의지를 환영한다. 정부와 교육계와 보조를 맞춰 반도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쓰겠다”며 정부 정책을 환영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인력 양성 정책의 핵심은 학부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부 증원과 교육 지원을 최우선으로 정한 것을 높게 평가하며 반드시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방을 두배 정도 더 많이 지원해 수도권에 정책이 몰리지 않게 한 점도 맞는 방향이다. 특성화 대학원은 올해부터 더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있는 대만의 인재 육성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9년 설립된 국립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에서는 대학생뿐 아닌 일반인도 집적회로 설계, 반도체 소자 제조공정 등을 배울 수 있다. 대학은 반도체 관련 학과 신입생을 1년에 두 번 뽑을 수 있을 정도로 학사 운영이 자유롭고 해외 유학생을 자국 기업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그만큼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홍지유·이수정·장윤서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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