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 나오는 10월 물가 '정점론', 근거 세가지는?
이르면 올해 10월쯤 물가 상승 추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정부ㆍ한국은행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10월 물가 ‘정점론’의 근거로는 예년보다 이른 추석과 최근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원자재 가격, 지난해 10월부터 물가 상승률이 가팔라진 ‘기저효과’ 등이 꼽힌다.
①이른 추석②원자잿값 하락③기저효과
19일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날 “올해 추석은 9월10일로 예년보다 빠른데 초기에는 물가를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장점도 있다”며 “추석 이후 농식품 물가가 내려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통상 소비자들은 추석 때 얻어놓은 성수품을 길면 한 달까지도 계속 사용하곤 한다”며 “이에 따라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지수도 추석 이후 10∼20% 정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3일 “10월 정도 가면 밥상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 안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추석 이후 주요 식품 공급이 안정되고, 소고기ㆍ닭고기 등에 대한 할당관세 조치를 시행하면 물가 상승세가 서서히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정점을 찍고 하락 조짐을 보이는 점도 10월 물가 정점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19개 원자재 가격을 반영해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기준 역할을 하는 CRB지수는 18일(현지 시간) 기준 305.96으로 연고점인 지난 6월9일(351.25)보다 12.9% 하락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월 둘째 주(10~14일)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99.4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2월 넷째 주(21~25일) 이후 약 4개월만이다.
여기에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기준)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렀으나 10월부터 3%대로 치솟았다. 올해 10월부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상대적으로 높았던 물가 덕분에 물가 상승률 폭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4분기부터는 물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의 정점을 묻는 말에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본다”고 답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 정점은 6~8월 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물가 급등기 지속 기간은 7~27개월이었다. 이번 물가 급등기는 이미 20개월 이상인 만큼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문제는 1300원대로 진입한 달러 대비 원화가치다. 한ㆍ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화가치는 더 떨어질(환율은 상승)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시장에서는 현재 1320원대를 오르내리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1370원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점 지나도 높은 물가 수준 유지"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외국에서 같은 물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한다. 수입물가가 높아져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한 번 가격이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 4분기 전기ㆍ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된 점 등도 물가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 과거보다는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 간의 지정학적 갈등 같은 불확실한 변수들이 여전하다”라며 “반면 이번 물가 상승은 해외 공급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터라 정책으로 풀기는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이어 “4분기에도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예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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