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앞으로" 북적이는 몰vs"여름 참 힘들다" 시장은 울상(종합) [폭염의 두 얼굴]

김유리 2022. 7.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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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넘치는 백화점·쇼핑몰
무더위에 '실내 피서 겸 나들이'
여름휴가 아이템 쇼핑+식사 한 건물서
주말 백화점 매출 28~49% '껑충'
vs
대표 비수기 맞은 전통시장
상인도 고객도 연신 손부채질
코로나에 폭염 겹쳐 울상
"여름 장사, 너무 힘들다"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에 인파가 가득하다.

폭염에 유통가 곳곳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찜통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를 향하면서 쇼핑몰과 백화점은 늘어난 손님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찌는 듯한 더위와 함께 대표 비수기를 맞은 전통시장엔 손님 발길이 뜸해졌다. 시장 상인들은 폭염에 코로나 재확산까지 겹친 올 여름 장사가 유난히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백화점·쇼핑몰 찾는 사람들, "찜통더위 야외활동 엄두 안나요."

"요즘 같은 찜통더위에 애 둘 챙기면서 야외활동 하는 건 엄두가 안나요. 집에서 차 몰고 나오면 땀빼지 않고 실내로만 이동할 수 있는 쇼핑몰을 자주 찾죠." 30도를 웃도는 기온에 소나기까지 내리면서 후텁지근했던 지난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 층별로 촘촘한 인파가 에스컬레이터에 가득 오르내렸다. 어린아이, 반려견과 함께 에어컨 가동으로 시원한 '쇼핑몰 나들이'에 나선 이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몰 내 음식점으로 향했다. 식당과 카페엔 대기줄도 길게 늘어섰다. 쇼핑객 박민주(37·가명)씨는 "집에만 있기도 지치는데 밖은 덥고, 불 앞에서 음식을 하고 싶지도 않아 주말엔 가족이 다같이 장도 볼 겸 자주 들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식당가에도 저녁 식사를 하려는 쇼핑객이 가득했다. 지하 1층 '푸드 에비뉴'의 일부 맛집엔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차례를 기다리던 이재민(43·가명)씨는 "이 집 칼국수가 맛있다는 얘기를 들어서 선글라스 쇼핑 후 저녁을 해결할 겸 찾아왔다"며 "날도 더운데 왔다갔다 하기도 힘들어서 식사 후엔 백화점에서 커피 한 잔 하고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쇼핑객이 몰려 있다.

과거에 '은행'이었다면 요즘엔 '쇼핑몰'이다.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에 '실내 피서객'이 크게 늘었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아이들과 함께 원터치 텐트와 캠핑의자를 가지고 근처 공원에 들르던 이들의 발걸음이 시원한 쇼핑몰로 향하고 있다. 이들은 더위를 피할겸, 곧 있을 여름휴가를 위한 패션 아이템을 마련할 겸 근처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하고, 같은 건물에서 밥먹고 차를 마신다.

이같은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됐다. 지난 주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8~49% 신장했다. '대중 장르'로 꼽히는 패션·아웃도어 등의 매출이 가파르게 뛰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간 향수 70%, 영유아 55%, 레저(아웃도어) 45%, 해외패션 45%, 여성패션 35%, 남성패션 30% 등의 신장률이 눈에 띄었다. 특히 폭염에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들른김에 식사까지' 하는 고객이 늘어 식음료(F&B) 매출은 80% 급증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맥락에서 F&B 매출 신장률이 62.9%에 달했다. 골프 43.5%, 영패션 36.3%, 남성패션 33.6%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여성패션 84.6% 남성패션 59.5%, 아웃도어 62.5%, 명품 35.3% 등의 매출이 큰 폭 신장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무더위에 시민 발길이 뜸하다.

◇전통시장 상인들 "폭염에 코로나까지…요즘 손님 정말 없어요."

"떨이요, 떨이. 자두 한 바구니 3000원에 가져가세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 남은 자두 가격을 한 바구니에 3000원까지 내린 청과물 가게 상인이 연신 '떨이'를 외쳤으나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의 시선은 이곳에 길게 머물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덥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서울의 낮 기온은 30도가 넘었다.

냉방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전통시장의 특성상 여름은 대표적인 '전통시장 비수기'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까지 겹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이곳 상인들은 말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간인 오후 3시께엔 다진마늘을 사러 온 고객 두 명을 제외하고는 시장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들도 더위 때문에 가게 밖으로 나와서 호객행위를 하기 보다는 각자 가게 안 선풍기 앞에 있거나,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꽈배기집을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여름철이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사람이 정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코로나19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에서 폭염이 겹쳐 손님 발걸음이 더욱 줄었다"며 "원래는 밤 10시까지 장사했는데 요즘에는 7시면 닫는다"고 설명했다. 꽈배기를 사러 온 다른 손님도 "너무 덥다. 불 앞에 있는 사장님은 더 고생하시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시장 한켠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60대 강모씨도 "여름 장사는 정말 힘들다. 더워서 장사는 안 되고 야채는 더 빨리 시든다"고 푸념했다.

앞서 초복 대목을 앞둔 지난 15일 찾은 마포구 망원시장의 분위기는 이보다는 활기찼다. 시장 내엔 비바람을 막아주는 차양이 드리웠고, 천장에서 물을 분사해 후끈한 열기를 식혀주면서 삼계탕 재료 등을 사러 온 이들의 땀을 식혔다. 다만 시장까지 오가는 길, 시민들의 이마엔 이미 땀이 맺혔다. 내리쬐는 햇볕에 아스팔트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를 쭉쭉 올리고 있었다. 방문객들은 양산을 쓰고 연신 손부채질을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30대 권모씨는 "근처 볼일이 있어 온 김에 주말 먹거리를 사러 왔다"며 "손두부 맛집에서 두부도 사고, 군것질도 할 수 있는 전통시장 장보기를 즐겨하지만 한여름엔 엄두가 안난다. 이 앞은 교통체증도 심해 차는 가지고 오지 않고, 더울 땐 들르더라도 필요한 것만 후딱 사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초복을 앞둔 지난 15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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