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10년간 15만명 육성..정원 늘리고 교원 자격 완화
2027년까지 직업계고·대학(원) 정원 5702명 늘려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확대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
반도체 전문가 교원 임용 쉬워지도록 자격요건 완화
반도체 특성화대학 신규 지정, 반도체 단기 집중과정 운영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정부가 10년간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교원 확보율을 충족한 대학에 정원을 늘리게 허용하고 기존 학과에서도 '계약정원제'를 통해 한시적으로 정원을 늘릴 수 있게 된다. 반도체 현장 전문가를 교수로 활용할 수 있는 자격 요건도 완화한다.
19일 교육부 등 관계부처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교육부를 필두로 기재부와 과기정통부, 산자부 등 정부부처와 전문기관들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인재 양성 특별팀을 꾸려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 목표 15만명 중 대학 정원 등을 통해 4만5000명, 융합전공 등 기존 학생들을 활용해 10만5000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도체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향후 10년간 추가로 필요한 인력은 12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박사(6.8%)와 석사(5.7%) 인력 수요 증가율이 높다. 현재 직업계고·대학 신규 졸업자 중 반도체 산업 취업자 수는 약 5000명 수준으로, 10년간 5만명이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수요보다 7만7000명 이상 부족해진다. 반도체 학과 신·증설 제약이 크고 반도체 전공 교수인력 확보가 쉽지 않았던 탓에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왔다.
반도체 전공 정원 늘려 10년간 4.5만명 공급
교육부는 산업계가 원하는 학사와 석·박사 인력 양성 기반을 갖추기 위해 정원을 늘려 2031년까지 4만5000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학과 직업계고와 전문학사·학사, 석·박사 정원 5702명을 늘린다. 대학원 1102명, 일반대(학사) 2000명, 전문대(전문학사)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증원한다. 수도권 정비법 개정 없이 기존에 줄였던 대학 정원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육부는 정원 확대를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승인하는 방식으로 정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의 경우, 지역 구분 없이 학과 신·증설 때 4대 요건(교지, 교원, 교사, 수익용기본재산)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 증원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이를 위해 정원 증원 때 4대 요건을 충족하도록 명시한 대학설립운영규정을 이달 말에 개정한다. 아울러 국립대에서는 학과 증설 때 전임교원 확보 기준을 80% 이상에서 70%로 완화한다.
대학과 대학원 간 정원 상호 조정 기준도 완화한다. 기존에는 학부생 1.5명을 줄여야 일반·특수 대학원 정원을 1명을 늘리고, 전문대학원은 학부생 2명을 줄여야했던 것을 모두 1:1로 조정한다. 첨단분야 석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석사 2명을 줄이면 박사 1명으로 조정 가능해진다.
교육부가 지난 6월 말 수도권·비수도권 소재 대학 40곳을 대상으로 반도체 학과 증설 수요를 조사한 결과 수도권 대학 14개교에서 1266명, 비수도권대학 13개교에서 611명을 증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원은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려는 의지와 역량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정책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적절한 안배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설치된 첨단분야에 별도 정원을 한시적으로 추가해서 운영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학과를 신설하지 않고도 기존 학과에서 기업체와 협의된 규모의 학생을 정원 외로 한시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약학과 설치·운영규정도 연내 개정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도체 학과 정원 일부를 기업체에서 원하는 약정기간, 양성규모에 따라서 별도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 계약정원제의 취지이며 이종호 과기부 장관이 낸 아이디어"라며 "계약 정원을 몇 %까지 인정할지 등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며, 관련 부처와 협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원자격도 대폭 완화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대학 강사나 겸임·초빙교수로 임용하기 수월하도록 국립대의 학칙이나 사립대의 정관으로 자격을 정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 고등교육법상 교원 자격은 임용기간 1년 이상, 연구실적 또는 교육경력이 4년 이상이어야하는데 국가첨단산업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교육 역량이 뛰어난 대학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해 육성한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 20개교 내외를 지정해 인건비나 기자재, 장학금 상한 적용을 두지 않는 식으로 각종 규제를 없애고 재정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우수교원 채용 인건비에 상한을 적용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설계, 공정, 분석 등 반도체 세부 분야별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을 지정해 산업·기술분야 고급 인재 양성을 지원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석박사급 선도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AI 반도체 대학원' 3개교도 선정할 계획이다.
직업계고에서는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직무나 교육 수요에 대응한 학과·교육과정 재구조화를 지원한다. 직업계고 등에서 산학겸임교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반도체분야 전·현직 전문가로 구성된 '고숙련 반도체 교육지원단'도 꾸린다.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직접 양성할 수 있도록 '사내대학' 규제도 푼다. 중소기업과 공동 설립할 수 있게 허용하고, 대학이 위탁운영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하는 한편 입학 자격을 동종업계 종사자로 확대한다.
융합전공으로 10.5만명 양성…혁신공유대학 2배로
재학생들에게 단기과정 이수나 복수·부전공 등을 이수하도록 재정을 투입해 10년간 10만5000명을 양성한다. 타 전공 학생들에게도 융합교육 기회를 늘려 반도체 인재 확보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디지털 혁신공유대학을 현행 8개에서 16개로 늘리고, 이중 2개 컨소시엄은 반도체 특성화로 지정한다. 대학 간 반도체 교육과정을 공동개발·운영하고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연간 2500명을 배출할 수 있게 된다.
부처협업형 혁신인재 양성사업(교육부-산업부, 과기부 협업) 등을 통해 학부생이 반도체와 AI반도체를 주전공 또는 연계 과정으로 이수할 수 있는 전공트랙과정도 개설한다. 과기부는 팹리스 인력 확보를 위한 학부연구생을 선발하고 교육을 지원하는 '반도체 설계구현 인재양성' 사업도 신규 추진한다.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맞춤형 실무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직업계고와 전문대에 기업수요 맞춤형 프로그램과 일학습 병행 교육과정도 확충한다. 직업계고에서 반도체 분야에 채용연계형 직무 교육과정을 확대해 기업 수요에 맞는 현장교육과 취업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특성화고와 전문대를 연계하는 교육과정을 신규 선정한다. 폴리텍대학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학과·과정을 개편해 실제 생산설비를 활용하는 현장형 훈련을 실시한다. 반도체 소부장·팹리스 중소기업 대상 재직자 대상 실무교육과정도 제공한다.
반도체 교육과 기초연구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중앙 거점으로 두고,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설치해 연구소 별 특성화와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인재양성 전략회의’를 신설해 범국가적 인재 양성 아젠다를 발굴하고 대책을 마련할 협업 인프라를 마련한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선도할 미래인재는 대한민국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촉매제로, 이번 방안이 이러한 첨단인재를 양성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 구분을 넘어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의 과제로, 지역대학도 강점을 바탕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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