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없는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 대신 '국민의 민주당'으로 가야"

나주석 2022. 7. 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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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궐선거 지방선거 대선 등 3연패에도 위기 의식 낮아
김종민 "차이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주의 추진해야"
조응천 "전준위 룰 개정 거치면서 또 다른 패권 만들어지고 있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위기 이면에는 ‘민주주의’의 부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등 패배에 이어 민주당이 재창당 수준으로 재건축되지 않고 리모델링 수준으로 개혁하면 궁극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 반성과 혁신’을 열어 민주당 위기의 근본 원인 등을 진단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보궐선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에서 3연패를 했다"면 민심의 이탈과 능력의 부족, 전환기 대응 등에서 원인을 찾았다.

김 의원은 특히 능력 부족 문제와 관련해 "이번 위기는 촛불정권의 압도적 지방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왔다"며 "모든 권한이 주어졌는데도 능력이 없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70년 된 정당이지만 사회가 급격히 변화할 때 진보개혁에 호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가장 큰 위기는 위기의식이 낮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번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서 민주당이 다시 일어나면 새로운 전환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리모델링에 그치면 한 두 번 선거에서 이길지는 몰라도 미래를 살아남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선거 패배 후 당내 쇄신 욕구가 컸지만) 전당대회에서 룰이 쟁점이 되면서 다 바뀌었다"며 "비상대책위원회가 있는데 비상대책이 없고 평상 대책만 내놓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도 제왕적 리더십을 수용하며 민심보다 팬심을 승인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지난 대선 평가와 관련해서도 "대선과 지선을 거치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의 대안이라는 걸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며 "대선 이후, 여의도식 기득권 정치에 빠르게 편입했고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노선에서 나타난 반성 없는 내로남불 정치, 대의보다는 현찰을 추구하는 실리정치, 민심에서 멀어지는 팬심정치, 수박공세 등 배타적 팬덤의 강화, 개인 인물에 의존하는 메시아 정치 등 기존 여의도 정치의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더 심해졌다"고 질타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대선과 지선에서 보여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는 어렵다"면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 민주당’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 가짜 민주주의 타파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할 때 민주와 반민주의 이분법이 필요했지만, 흑백의 이분법은 투쟁의 논리지 민주주의 논리는 아니다"라면서 "이제는 개혁과 반개혁, 적폐와 청산의 낡은 흑백민주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백민주주의는 민주주의와 개혁의 이름으로 서로 다른 의견을 적대, 증오, 배타하게 만든다. 민주주의는 흑백이 아니라 컬러"라면서 "서로 다른 색깔, 그 차이를 존중하고 공존 공화하자는 게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통령, 당 대표가 모든 권력을 갖는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 비전과 전략이 없는 선거 정치, 대권주자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메시아 민주주의, 대화나 토론 없이 목소리 크기로 주도하는 콜로세움 민주주의 등을 당내 민주주의의 적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궁극적인 극복방안을 "차이를 존중하는 것,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차이, 다양성, 존중, 공존, 공화가 민주주의 본질적 가치다. 차이를 존중하면 새로운 지혜와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민주적 절차와 관련해서도 "단순 다수 결정은 위험할 수 있다"며 "대화와 토론을 거친 다수결만이 좋은 결정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응천 의원은 "말만 민주당이지 시스템이 민주적이지 못하다"며 "의총 등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못한다. 속내는 아는 사람들에게만 털어놔, 소그룹을 벗어나면 다른 의원들이 어떤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고민하고 절제해서 말씀드려도 뭐라고 하면 좌표를 찍어 ‘어떤 수박이 헛소리하고 있다’고 공격을 당한다"며 "압도적 힘으로 상대방이 내키지 않는 것을 이끄는 힘을 패권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에서) 패권이 작동을 해았다"고 했다. 그는 "전준위 룰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새로운 패권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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