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발언은 잘못.. 친문팬덤, 친명팬덤 모두 결별해야"

박소희 2022. 7. 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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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대표 후보 인터뷰] '친문' 강병원이 말하는 반성, 새 민주당의 길

[박소희, 남소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2021년 4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강병원 의원(재선. 서울 은평을)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온정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호한 요구였다. 1년여 뒤, 8.28 전당대회 당권주자로 만난 강병원 의원은 그때보다 본인을 더 들여다봤다. 자신이 '86세대(1980년대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를 대신해 민주당을 이끄는 새 얼굴이 되겠다는 도전자의 패기도 있었지만, 그 전에 자기반성부터 했다. 

"민주당 정부의 공(功)도 있지만, 과(過)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과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제 모습을 반성했다. 친문(친문재인)의 일원으로서 죄송하다."

"최근 몇 년 간 대상자도 늘고 징수액도 늘면서 종합부동산세 도입 취지에 공감했던 분들조차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더라.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간과했다. 반성한다."

하지만 강 의원은 그 책임감을 오롯이 짊어지고 '97세대(1990년대 대학을 다닌 1970년대생)' 주자로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세 번의 선거에서 패배하며 침체기에 접어든 민주당을 쇄신하기 위해선 냉정한 평가에 기초해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과거 강성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양념'이라고 비유했던 일도 "잘못하셨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을 압도하는 '이재명 팬덤' 역시 문제라며 "우리 정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잘못된 행태"라고 일침을 놨다.

그가 생각하는 '새로운 민주당'의 핵심은 회복이다. 민주당이 포용성을 회복해 더 많은 국민을 수용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했다. 내년 4월 보궐선거 땐 이상직 전 의원의 지역구인 전북 전북을에 무공천을 함으로써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유능함을 회복해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만을 위한 결정"으로 당대표 출마를 강행한 이재명 의원을 꺾어보겠다며 "제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무현 정신이 헌신, 이재명 출마는 자신만 위한 결정"

-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경선 출마에 '만용, 아전인수, 절대반지에 대한 갈망,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세게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지역구 종로를 버리고 부산에 내려간 모습을 보며 헌신이라 말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신'을 본받자고 하지 않나. 그렇게 '선당후사' 하는 모습을 헌신이라고 하지, 본인의 욕망을 끊임없이 채우기 위해서 많은 반대를 무릅쓰는 것을 헌신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대표 출마를 헌신이라고 포장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결정이다."

- 강 의원 본인 또한 대선 당시 지도부로 패배 책임이 있고, 불출마를 선언한 홍영표·전해철 의원 대신 '친문 대표선수'로 나오면서 전당대회 구도를 '계파싸움'으로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선 패배 후 다 책임지고 물러났다.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제 모습을 반성했다. 특히 친문이라서 침묵했던 것을 더 반성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에 관해 목소리 내야 할 때 내지 못했다. 죄송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당 안에는 연이은 패배에 대한 정말 깊은 성찰 속에서 당이 혁신과 통합으로 나아가도록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달라는 요구가 있다. 저는 그래서 나왔다."

- 그 맥락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86세대'가 아닌 '97세대'인지, 왜 '강병원'인지 묻고 있다.

"제 방식으로 (86세대와 97세대를) 구별 짓는다면 낡음과 새로움이다. 86세대는 민주화를 이룬 세력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우리만 옳다, 우리만 선이다'란 독선에 빠졌던 것 아닐까. 그렇게 이분법적 사고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게 이제 한계에 부딪쳤다. 진영논리로는 더 이상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여기서 벗어나 민주당이 갖고 있는 더 좋은 가치를 국민들에게 더 설득하고,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민주당이 '진영논리'로만 접근했던 사례를 꼽자면.

"임대차 3법이다. 2020년 당시 국민의힘은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는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대했다. 민주당은 그 부분에 귀를 닫고, 임차인의 권리를 챙기는 것만 소중히 여겨서 단독처리했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데에 동의한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상생임대인' 제도를 들고 나왔다. 이게 과연 국회에서 도저히 타협할 수 없는 사안이었을까?

우리가 임대인도 소중한 국민이고, 이 법을 통과했을 때 임대인에게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충분히 토론했다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면서도 법의 취지를 공감하는 임대인에게 세액공제를 주는 방식을 왜 못했을까? 우리만 옳고 우리만 선이라는, 그러니 임차인만 챙겨야 한다는 독선과 오만이 있던 것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절차와 과정 면에서도 '우리가 진리를 독점했고, 우리만 국민을 위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규범을 깨도 괜찮다고 여겼다."

- 절차와 과정의 문제에서 오류를 범한 사례를 꼽자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도 해당되나.

"국민들이 보기에도 충분히 토론해야 할 문제를 굉장히 급하게 추진했던 것은 사실 아닌가.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은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경찰권력이 비대해지는데, 그 통제방안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지도부는) '먼저 법을 통과시킨 뒤에 하면 된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하면 된다'고 했다. 참 그건... 어설펐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민주당이 팬덤정치, 즉 '강성지지자들의 의견만 듣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이전부터 계속 나왔다. 어떤 이들은 '친문팬덤'이나 '친명팬덤'이나 다를 바 없다고도 지적한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서 중도층의 마음을 잃었단 평가다.

"공감한다.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정치인 팬덤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였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개인 노무현을 버리고 여러분은 역사 속으로 들어가라'면서 노사모 해체를 명했다. 이후 문재인 팬덤이 생겼는데, 문 대통령께서 팬덤을 '양념'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하셨다. 그런데 저도 그때는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 문자폭탄이 안 왔으니까. 하지만 문 대통령을 비판한 분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문자폭탄이 갔고, 그들의 언로를 막았다.

현재 이재명 팬덤도 비슷하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서 강성지지층의 요구와 다른 발언을 하거나 행보를 보이면 문자폭탄에 욕설과 인격모독 등이 이어진다. 우리 정치가 반드시 극복해야 될 잘못된 행태다. 모든 정치지도자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팬덤과 결별해야 한다. '세계사적 현상'이라고 부추길 일이 아니다. 다만 팬덤의 긍정적인 면은 일정 수의 추천을 확보한 의견에 지도부가 답변하는 등 '민주당판 국민청원'으로 수용하려고 한다."

"도덕성 무너진 민주당, '국힘보다 못하다'는 비판받아"

- 지난해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줄곧 당의 '온정주의'를 비판해왔다. 사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이 민주당의 문제점으로 지적해왔는데 달라지지 않고 있다. '강병원 체제'라고 가능할까.

"우리 당의 '내로남불'은 결국 '도덕성이 무너져버렸다'는 얘기다. '국민의힘보다 나은 게 뭐야? 하나도 없어. 오히려 더 못해'라고 비판받고 있다. 위성정당 사태에, 권력형 성비위로 여러 차례 사과했는데 또 사건이 발생했다. 민주당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를 경우 '무공천 원칙'을 정해놓고선 당헌을 바꿔서 후보를 냈다. 저는 정말 추상 같이 하겠다. 성비위·부정부패·부동산 투기 등은 적발되면 선조치로 엄단하고, 윤리심판원을 100% 외부인사로 꾸리겠다."

- 7월 14일 전북 기자회견에서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이상직 전 의원의 유죄 확정 판결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전주을에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지도부는 비겁했다. 적어도 당원들의 뜻으로 당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려면 전당원 투표에 붙일 안건의 기준, 토론 시간, 투표 기준 등을 갖춰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아무 사안이나 전당원 투표에 붙이고, 100만 명 중 3만 명이 참여해서 90% 넘게 찬성하면 결정됐다고 따라야 하는가(민주당은 2020년 10월 31일~11월 1일 전당원 투표로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방침을 결정했지만 당시 투표율은 26.35%에 그쳤다. - 기자 주)."

- 한편 줄곧 반대해오던 종부세 완화를 두고 다른 인터뷰에서 "부동산세제를 징벌적으로 생각했다. 유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생각이 변한 계기가 궁금하다.

"우리가 종부세를 도입했을 때는 부동산이란 한정된 재화를 이용해 불로소득을 취하는 일을 막으려고 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간 대상자도 늘고 징수액도 늘면서 종부세 도입 취지에 공감했던 분들조차 '징벌적 세금'으로 인식하더라. 우리가 이 문제를 너무 간과했다."

- 많은 국민들을 아우르지 못했다는 뜻인가.

"맞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는데,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추진하는 중이다 보니 자기 집 한 채 가진 사람이 새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데 그 금액마저 팍팍 뛰었다. 우리는 '그건 부동산 가격이 올랐으니까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세금 고지서를 받고 정말 난감했을 중산층이 많이 있었을 거다. 그 부분을 정치가 껴안아야 했다. 종부세가 징벌적으로 활용된 면을 반성한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 지난 15일에는 경찰국 신설을 비판하며 당대표가 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즉각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인터뷰 답변을 보면 정부와의 관계에서 꼭 '선명성'만을 내세우진 않겠다는 기조 같은데.

"민생의 문제에선 여야 간 큰 차이가 없을 거다. 이번에 '3고(고환율, 고유가, 고금리)'를 견디기 위해 우리 당이 얘기했던 직장인 중식대 비과세 확대를 여당이 수용하지 않았나. 다만 이상민 장관은 물론 한동훈 법무부 장관까지, 두 사람의 해임은 즉각 추진하겠다.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은 대한민국이 5.18과 6월 항쟁, 촛불혁명을 거쳐 이뤄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의 수준을 후퇴시키는 일이다. 국민들도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

- 민주당 개혁안으로 '당대표 공천권 내려놓기' 공약도 내놨다. 반면 이재명 의원은 '공천권을 포기할 생각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럼 그걸 누가 하는가"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강병원 "당대표 되면, 공천권 내려놓겠다" http://omn.kr/1zrrx)

"이재명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스스로 '공천 학살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안철수 전 후보가 2017년 대선 때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라고 말한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 '이분이 정말 공천 학살은 안 할까?'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의구심을 갖게 됐다. 우리 당이 시스템 정당으로 많이 발전해왔지만 당헌당규상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은 당대표가 임명한다. 여전히 당대표 한 명의 선의에 기댄 구조다. 그래서 저는 중앙위원회에 공관위 구성권을 넘기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이대로 안 된다'에 화답할 사람은 강병원"

- 어쨌든 이재명 의원 지지세가 압도적인 상황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제 상대가 새누리당 5선 중진 이재오 전 의원이었다. 그때 동네에선 '젊은 사람이 해야 하는데 또 나왔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저는 그 지역민심에 부합하게 선거운동했고, 골리앗을 이긴 다윗이 됐다. 당대표 출마 선언 후 부산, 광주, 전북, 대구를 가보면서 '민주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 정말 싹 바뀌지 않으면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목소리에 화답할 수 있는 후보가 저 강병원이다."

- 컷오프 이후 97세대 간 단일화는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97세대가 등장한 까닭은 절대 다수의 의원들이 계파싸움에 책임이 있거나 연이은 선거 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이 나와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 아닌가. 그 이유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단일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예비경선 전까지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당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예비경선 후 2명이 살아남으면 단일화를 위한 여러 논의를 해나가겠다."

- 최근 '당이 박지현을 품어야 한다'고도 말했는데, '연대' 대상에 들어가는가.

"박지현 전 위원장이 말한 청년정당, 양속을 지키는 정당, 팬덤과 결별하는 정당, 대중정당 등은 우리 당에 정말 필요했던 내용 아닌가. 비록 당대표 출마는 실패했지만 그가 갖고 있는 우리 당의 혁신방안은 함께 품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당이 진짜 품이 넓고 덧셈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정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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