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용 공인인증서 주고 받아도 주택법 위반일까? [그법알]

김수민 2022. 7. 19. 14: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법알 사건번호61] 청약통장 공인인증서 거래도 불법?…법원 판단은

A씨는 인터넷 맘카페에서 청약통장·주민등록등본·공인인증서 등 청약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사들였습니다. 주로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무주택자 등 아파트 청약 요건은 갖췄지만, 자금이 모자라 분양받기가 어려운 사람들의 것이었죠.

[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해당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A씨는 이렇게 매입한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되팔기 위해 또 다른 가짜 문서를 꾸며냅니다. ‘장기간의 직장 생활은 무리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는 문구 등이 포함된 여러 임신 확인서나 ‘마케팅 사원’ 등의 내용이 적힌 재직 증명서 등이었죠. 청약 통장 명의자가 다자녀 특별공급분에 우선순위로 당첨될 수 있도록 하거나, 대출 조건이 좋은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서 꾸며낸 서류들입니다.

이처럼 A씨는 2018년 6월부터 2020년 3월께까지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이러한 서류들을 팔아 총 4억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가 있습니다. 사기와 사문서위조, 주택법·전자서명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당연히 1‧2심은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일부 무죄가 선고된 혐의가 있습니다. 공인인증서와 청약통장 앞면 사진, 가입내역서, 계좌개설확인서 등까지 ‘입주자 증서’로 볼 수는 없다며 주택법 위반 혐의는 일부 무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됐는데…공인인증서가 양도·양수가 금지되는 입주자 저축증서에 포함될까요?

관련 법률은


주택법 제65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입주자저축증서 등을 빌려주거나 대여받는 행위(양도‧양수)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공급질서 교란 금지’ 조항입니다.
[뉴스1]


법원 판단은


과거에야 종이통장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통장은커녕 은행 지점조차 사라지고 있는 달라진 현실입니다. 이 사건 역시 실물 문서가 아닌 공인인증서를 주고받는 행위가 위법인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1·2심 재판부는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 원본을 제외한 나머지 공인인증서, 청약통장의 앞면 사진, 가입내역서, 계좌개설확인서, 권리확보서류 등은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과거와 달리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건을 유죄 취지로 19일 파기환송했습니다. 실물 문서뿐만 아니라 공인인증서를 주고받는 행위도 입주자 증서의 불법 양도·양수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청약이 일반화된 현실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가 제3자에게 공인인증서를 빌려주는 행위는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나 자격을 증명하는 전자문서에 대한 접근 매체를 양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입주자저축 증서에 관한 법률상·사실상 귀속 주체를 변경하는 행위’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인터넷 주택청약에 필요한 공인인증서를 주고받는 것도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것이죠.

대법원은 “은행 실무상으로도 전자통장이 실물통장을 대체하면서 실물 청약통장은 처음부터 발급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에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양도·양수하는 방법도 공인인증서, 보안카드번호, 비밀번호 등을 주고받는 형태로 변화했다"는 현실을 짚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해석은)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를 임의로 제3자에게 이전해 실수요자 위주의 공급질서를 교란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주택법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며 “공인인증서가 주택법이 양도·양수를 금지하는 입주자저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그법알

「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