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우조선 공권력투입 시사.."위험한 정부" 비판·우려도
"대우조선 파업, 여러 문제 복합알면서"
공권력 투입 실제화될 경우 2013년 코레일 파업 이후 10년만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 상황에 대한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놓고 야당이 “제2의 용산참사, 쌍용차 사태 같은 참사가 예견된다”고 강력 비판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이후 정부의 강경 태세에 노동계도 세를 결집하려는 모습이 나타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갈등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이 불법 상황을 종식해야 한다고 하자마자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대우조선 파업 문제가 단순한 원·하청 간 노사 문제가 아니라 대우조선의 누적된 적자,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다단계 하청, 저임금 노동 구조 등 여러 가지가 복합된 문제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 정부가 이렇게 대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공권력 투입 방식이 아니라 대화로 풀어나가도록 우리 당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권 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하청 구조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우리 노동시장과 산업현장에 필요함에도 이 부분은 외면하고 과거 이명박정부 때 쌍용차 진압하듯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엔 한동훈, 왼손엔 이상민으로 대한민국을 검경 독재국가로 끌고 가겠다는 발상”이라며 “국민들도 윤 대통령의 무능함에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정치적 타협과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는 대통령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기자들에게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사회의 첨예한 이견을 조정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 하는 자리 아니냐”면서 “안전하게, 가급적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도록 조정할 능력을 보여줘야지 공권력 투입으로 정리하겠다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강민정 의원도 원내대책회의에서 “16명을 살해한 무도한 살인자의 인권을 주장하며 말도 안 되는 안보 파탄을 자처하는 윤석열정부가 무더위에 28일째 철제 감옥에 갇혀 농성 중인 하청노동자의 인권에는 ‘불법파업 엄단’으로 대응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대우조선 노동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참을 만큼 참아왔는지 알고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은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해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도 만들어 대응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을지로위원회 차원에서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방문해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원내대변인은 “현재 우리 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맡고 있지만 당 차원의 TF를 구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논의가 진행됐다”며 “정무위, 산자위, 환노위 등 3개 상임위가 종합적으로 문제를 들여다보고 합리적 해결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공권력 투입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윈윈할 방법을 슬기롭게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이날 헬기로 경남 거제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정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는 오는 주말인 23일 경남 거제로 향할 예정이다.
‘희망버스’가 파업 지지를 위해 대규모 인원을 싣고 현장으로 내려가는 것은 2011년 한진중공업 사태 이후 11년 만이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에 대한 공권력 투입이 이뤄졌던 것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코레일 파업 당시가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노조 집행부와 실무간부 28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고, 2명을 구속했다. 나머지 26명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가던 경찰이 그해 12월 22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하는 등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공권력 투입이 실제화할 경우 자칫 위험한 사고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 6명이 농성 중인 공간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10m가 넘는 높이 구조물이다. 유최안 부지회장은 화물창 바닥에 가로·세로·높이 1m의 철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들어가 쇠창살로 입구를 용접한 채 ‘옥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현장 상황 자체가 위험한 구조인 데다 유 부지회장이 시너통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노동계는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실질적 주인이 산업은행인 만큼 정부가 상황 해결에 나설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상황이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결단을 촉구한다.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윤석열정부의 몫이며, 이는 정부를 향한 노동자·민중의 거대한 투쟁으로 이어질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대우조선 사태는 하청노조인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가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30%의 복원과 노조활동 인정 등을 요구해 오다 해결되지 않자 지난달 2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이날로 48일째 이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달 18일부터는 옥포조선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독(dock·선박 건조장)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660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7곳의 협력업체가 폐업을 결정하는 등 지역경제 타격도 커지고 있다며 ‘엄정 대응’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전날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고, 윤 대통령은 관계부처에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 노사 관계에서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120명이 10만명의 생계를 잡고 있다”면서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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