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때 MBTI 쓴다고?..기업 "인재를 어떻게 놀잇거리로 뽑나"
최근 채용 시장에 MBTI가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일부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MBTI를 요구하고, 구인 광고에 특정 MBTI를 선호하거나 배제한다는 문구가 등장하면서다.
그렇다면 실제로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MBTI를 활용하고 있을까. 기업 인사담당자는 "인터넷 놀잇거리로 어떻게 인재를 뽑을 수 있느냐"며 일축한다.
인공지능(AI) 면접에 대해서도 기업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 전무는 "사람은 직접 대면해야 알 수 있다. AI를 활용하는 기계적 공정으로는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가려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액 500대 기업 252개, 중견기업 500개 등 총 75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언론과 사회관계망(SNS) 등에 등장하는 취업전선의 AI 면접 열풍과 MBTI 논란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요란한 소문일 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나영돈 한국고용정보원장은 "MBTI를 둘러싼 괴담 수준의 얘기가 채용시장에 떠돌면서 취업준비생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실제 기업의 채용 분위기는 그렇지 않으니 취준생은 위축될 필요 없이 직무 경험 등을 쌓는 데 진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AI 면접을 활용하는 기업은 6.9%(52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AI 면접 결과를 채용 때 반영하는 기업은 4.1%(31개사)뿐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의 83.2%는 "앞으로도 AI 면접을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AI 면접을 하는 기업도 대부분 대면 면접을 추가로 하고 있었다. AI 면접으로는 인재를 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는 셈이다.
AI 면접을 하는 52개사 가운데는 500대 기업이 많았다. 40개사였다. 이와 관련해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공정이 화두가 되면서 AI 면접을 곁들인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서도 AI 면접에 대해 기업은 "채용 과정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평가의 정확성 측면에선 부정적"이라는 답을 했다.
청년 사이에 성격이나 적성 테스트용으로 회자하고 있는 MBTI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헛웃음으로 답했다. MBTI가 채용시장에 등장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기업이 선호하거나 특정 직무에 부합하는 MBTI 유형에 맞추려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MBTI를 활용하는 기업은 3.1%(23개사)에 불과했다. 채용할 때 MBTI 유형이 보통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기업은 전체 응답 기업의 2.3%(17개사)였다.
고용정보원 측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소규모 기업이나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때 MBTI 활용률이 높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개인의 선천적 성향을 측정하는 MBTI를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면 결국 기업과 청년 구직자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는 이유에서다. 김 부장은 특히 "MBTI가 채용과정에서 평가도구로 활용되면, 구직자들은 기업에 맞춰진 반응을 연기하는 등 진정성 없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소규모 기업과 아르바이트 채용 때도 원천적으로 MBT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으로 '직무 관련성'을 꼽았다. 직무와 무관한 봉사활동이나 기자단·서포터즈 활동과 같은 단순 스펙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락했던 기업에 재지원할 때는 탈락 이후 개선 노력, 해당 직무 적합성 등을 적극 어필하는 것이 취업 성공의 열쇠라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조언이었다. 공백기가 있었다면 공백기 동안 직무 관련 준비, 자기개발 경험 등을 잘 설명하는 것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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