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이준석, 김종인은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한 까닭

심새롬 2022. 7. 1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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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대한민국 혁신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번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차기 대선 주자군에 올렸다. 지난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고 열흘 넘게 전국을 유랑 중인 이 대표에게 “나라면 지난 일 잊어버리겠다. 자꾸 생각하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공개 조언을 보내며 한 말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18일 방송된 MBN ‘판도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최근에 만난 사람이 ‘국민의힘에 특별한 차기 주자가 없지 않느냐’고 하길래 무슨 소리냐 하자 이준석 이야기를 끄집어내더라”고 답했다.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도 있다”며 차기 대선 주자로 이 대표가 언급되고 있다고 소개한 것이다.

현직 여당 대표로서 사상 초유의 중징계를 받은 이 대표가 차기 당권을 또 다시 노릴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무슨 여론조사를 보니까 차기 대표 제일 높은 지지를 받은 게 그래도 이준석으로 나왔다”고 하며 재도전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이 대표가 그런대로 신선한 맛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이 선거를 치르는 데 상당히 포지티브한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라며 “갑작스럽게 대표를 윤리위에 회부시켜서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고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며 징계의 부당성도 강조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NEAR재단 창립 15주년 기념 '한국의 근현대사와 미래 성취, 반성, 회한 그리고 길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김 전 위원장의 전망과는 달리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회생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친윤계 초선 의원)이라는 반응부터 “정치인이 일단 중앙 정치 무대를 떠나면 생각보다 금방 잊혀지게 마련”(중진 의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 이후 한때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는데, 이 대표가 큰 위기에 처하니 그래도 그의 ‘정치적 멘토’라는 김 전 위원장이 이 대표 편을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징계 후 코너에 몰리자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시절 ‘서진정책’을 펴며 강조했던 호남을 찾아 장외 여론전을 폈다. 지난 12일 밤에는 광주 청년당원 3명과 김 전 위원장이 출연한 TV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왼쪽), 성일종 정책위의장이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선 도중이던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이끌던 선거대책위원회를 전격 해체했고, 이후 김 전 위원장의 여권 내 존재감은 크게 줄어들었다. 친윤석열계보다는 상대적으로 이 대표 등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김 전 위원장으로선 이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위원장의 광폭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여야를 넘나들며 늘 주목받는 역할을 맡아 온 김 전 위원장이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훈수를 두는 역할을 이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방송에서 ‘이 대표에게 어떤 멘토링을 해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언제 만나면 한번 이야기를 자세히 해주겠다”고 답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월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 기념 청년포럼에서 강연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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