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용 '마약성 진통제'..20대에 3570알 처방한 의사들

이보람, 심석용 2022. 7. 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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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이미지그래픽

지방 병·의원에서 다량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판매한 일당과 이들에게 처방전을 내 준 의사 등 60여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공급책 A(26)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다른 공급책 B(20)씨 등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중 공급책은 18명, 매수자는 44명이다. 이들에게 마약류를 임의로 처방한 의사 2명도 포함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지인인 B씨가 대구지역 병·의원 2곳에서 32차례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 3570정가량 등을 구매한 혐의를 받는다. 옥시코돈은 아편 계열의 마약성 진통제로 통상 암 환자를 포함한 위중증 환자들에게만 처방한다.

A씨는 이 중 일부만 자신이 직접 투약하고 나머지 진통제를 지인들에게 팔거나 무상으로 유통했다.

이 과정에서 구매자들이 직접 해당 병·의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약을 처방한 병·의원 2곳에서는 이 기간 2만정가량의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하며 건당 3~35만원의 발행비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대면 진료 없이 유선으로 약을 처방한 뒤 퀵 오토바이나 팩스로 처방전을 보낸 사례도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첩보를 입수해 추적한 끝에 판매자와 매수자들을 차례로 붙잡았다.

A씨를 포함한 공급책들은 주로 홍대 클럽 등지에서 음악 활동 중인 10대 후반∼20대로 미국 유학생을 통해 옥시코돈을 처음 접한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하루 평균 옥시코돈 5∼10정 정도를 투약했다. 하루나 이틀만 사용하지 않아도 금단 증상이 나타나 약을 끊기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의사협회에 마약성 진통제 처방 대상과 조건에 대한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합동 점검 강화를 요청했다.

경찰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은 구매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했다”며 “마약성 의약품을 거래하거나 사용하면 아편이나 필로폰과 동일하게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심석용 기자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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