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주가조작" 상장사 대표·개인 주주 분노..외국인 갖고 놀아 펀더멘털 무력화

이선애 2022. 7. 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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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비판적 고찰의 여지조차 없는 완전체라 여기는 일부 전문가들의 관점도 문제지만, 설령 공매도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해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매도는 그 행태에 있어 주가조작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반드시 제도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한 상장사 대표 A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공매도 세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는 행위를 한다는 주주들의 의심에 동의한다"면서 "실제로 오랫동안 그런 행태를 봐왔다"고 혀를 찼다.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는 고평가(오버밸류)된 가치가 제자리를 찾음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라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주주들은 물론 기업도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금지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에 대해 동조했다.

최근 공매도 논란이 뜨겁다. 지난 11일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공매도 금지 등도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자 오히려 더 불이 붙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금융위원회,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정당, 의원실 등에 끊임없이 민원을 넣고, 올 들어서만 40여차례 이상 집회와 시위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만 공매도의 한시적 금지와 제도 개선을 바랄까.

상장사 대표 B씨는 기자에게 질문했다. "만약 수년간 지속해서 특정 종목에 대해 같은 증권회사 창구에서 장시작 후 30분 내, 장마감 전 30분 내 주가를 형성시키거나, 고점 매수 저점 매도를 반복한다면, 혹은 대형 호재로 주가가 오르는 데 대규모 물량을 출회시켜서 주가를 하락시키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고점 매수·저점 매도라는 말도 안되는 형태의 매매를 계속한다면, 우리가 보던 통상의 주가조작과 포지션만 다를 뿐, 똑같지 않을까요?" 그는 "일반인(개인 주주)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감독 기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보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구체적으로 조사해 달라고 요청해도 돌아온 답은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회사의 주주 C씨는 "악성 루머 하나만으로 수백억원을 쉽게 벌 수 있는 게 공매도"라면서 "악성 루머로 주가가 하락하면 조사를 하지 않는데, 악성 루머의 가장 큰 수혜자가 공매도라면 정황상 이익이 있는 곳에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차입 공매도가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을 때 감독 기관의 대답은 ‘전산상 불가능하고, 그럴 리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증권사 임직원들에게 엄청난 허수의 주식이 입고된 사건은 무차입 공매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공매도의 타깃이 된 상장사 대표들과 주주들은 공매도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다. 몇 해 전 한 대형증권사의 주식 입고 사건을 언급한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 "시세 조종성 불법 공매도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개선을 요청했으나 어차피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에 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제도 개선을 희망하지만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투자 전략이다. 내 주식이 아닌 빌려온 주식이기에 언젠간 이를 다시 갚아야 한다. 따라서 공매도 이후에는 해당 주식을 다시 사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공매도 투자자로서는 이때 주가가 낮아져야 이득을 본다. 이는 공매도 제도와 그 투자자들을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의심하는 배경이 된다.

코스피200 신규 편입 ‘공매도 악몽’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간주하며 금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공매도와 주가 간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지수 상승과 하락 기간별 공매도 거래대금과 지수 간 상관관계를 보면 2020년 1월부터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하기 전인 3월13일까지 하락기에 공매도와 코스피 간 상관관계는 -0.39로 나타났다.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해 5월3일부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승기에도 코스피와 공매도 간 상관관계는 -0.44로 조사됐다. 상관계수는 절대값이 1에 가까울수록 상관관계가 크다는 의미다. 계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역의 상관관계라는 의미다. 결국 주가가 하락할 때 공매도가 늘어나지만, 상관관계는 낮다는 것이다.

지수와 공매도의 상관관계가 깊지 않다고 해도 개별 종목으로 놓고 보면 아예 상관관계가 없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지난달 10일 코스피200지수에 신규 편입된 종목들의 주가가 5월31일 대비 15일 기준 최대 35%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투어(-35.27%), 한일시멘트(-34.10%), 일진하이솔루스(-28.57%), 케이카(-25.45%), 메리츠화재(-20.31%)의 주가는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3.2%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2~3배의 낙폭이다.

급락의 주원인으로 공매도가 의심된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공매도를 재개하며 대형주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종목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 10일 코스피200에 신규 편입되면서 공매도가 가능해져 주가 하락에 따른 수익을 노린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들 종목은 코스피200지수에 신규 편입된 10일 공매도 거래 상위 20위권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일진하이솔루스의 당일 공매도 거래 비중은 54.93%에 달했다. 거래 물량의 절반이 공매도였다. 케이카(45.12%), 하나투어(33.41%) 등 다른 종목 역시 공매도 비중이 20~40%에 달했다.

외국인 영향력 확대 "제도 개선 방향 자체 잘못"

개인투자자들 역시 공매도만을 국내 주식시장 폭락의 주범으로 몰고 가지는 않는다. 인플레이션,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환경도 하락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공매도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디스카운트)를 유발해 과도한 하락을 유발했다고 보고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면서 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 코스피 기준 외국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이 80%를 넘나든다. 이달 5일에는 외국인 비중이 80.24%까지 올랐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평균적으로 공매도 거래 중 외인들의 비중은 75%인데, 최근 80%를 넘는 등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개인은 고작 2%가량을 점유한다. 그는 "기관과 개인의 수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면서 "외국인 기반의 공매도는 종목들의 주가를 결정하는데 핵심이 되어야 할 펀더멘털이라는 잣대를 무력화해 기관과 개인들의 알파 플레이가 통하지 않게 한다"고 경고했다.

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오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당장 상환 기간의 경우 불가피할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도 무제한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 담보비율도 바뀔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개인의 공매도 담보비율을 현행 140%에서 기관·외국인(105%)과 형평에 맞게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제도 개선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 공매도 규제를 기관·외국인만큼 풀어줄 게 아니라 반대로 기관·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개인처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개인 규제를 풀어봤자 정보·자본력에 있어서 개미들은 기관· 외국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5만1000여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외국인과 기관의 상환 기간을 개인과 마찬가지로 90일로 변경하고, 공매도를 상환하고 나면 1개월 동안은 재공매도를 금지하는 등의 단서조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공매도로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담보 비율도 140%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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