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규직과 하청, 작업장 이동 트럭도 차별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이김춘택 2022. 7. 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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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지붕과 의자 설치·비정규직, '바'도 없이 짐짝 취급.. 고용노동부 시정 요구에 '검토중'

[이김춘택]

[기사수정 : 7월 22일 오전 9시 30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아침 8시이지만, 6시가 조금 넘으면 조선소 앞은 작업복 입은 사람들의 행렬로 북적인다. 회사는 1분이라도 일찍 나와서 미리 배에 올라가 있다가 8시부터 바로 일을 시작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일찍부터 출근을 한다. 

100만 평이 넘는 드넓은 조선소에서는 탈의장에서 작업현장인 선박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자전거가 있으면 알아서 이동하면 되지만, 자전거가 없는 사람은 회사 트럭을 타고 탈의장에서 작업 선박까지 이동해야 한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올라타는 트럭 짐칸

그런데 그 트럭은 아침 7시 10분이면 탈의장을 출발한다. 다시 말해 트럭을 타고 작업 선박으로 가려면 그 전에 탈의장에 출근해 있어야 한다. 자연스레 거의 1시간 일찍 출근하게 되는 것이다. 
 
▲ 하청노동자가 타는 작업장 이동트럭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트럭 중 하청노동자들이 타는 트럭모습
ⓒ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더 큰 문제는 안전이다. 필자가 확인해본 대부분의 경우 하청노동자들은 1톤 트럭 짐칸에 7~8명씩 타고 이동하는데, 의자도 없고 마땅히 손잡을 데도 없이 트럭 짐칸에 짐짝처럼 모여 앉은 모습이 위험천만해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서는 조선소 내 자동차 주행 속도를 30km/h로 제한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동자를 싣고 이동 중인 트럭이 다른 차량이나 지게차 또는 선박블록 등과 충돌하는 사고라도 나면 짐칸에 실려 있던 노동자들은 모두 길바닥으로 튕겨 나동그라져 크게 다칠 위험성이 크다.
이런 위험에 대해 하청노동자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단번에 "정규직들은 안 그런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규직노동자가 타고 다니는 대다수 트럭 짐칸은 철판으로 양쪽 옆면과 지붕이 막혀있고 앉을 수 있게 의자도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정말 그랬다. 트럭 짐칸에 사람을 싣고 다닐 때도 정규직은 안전하게 하청노동자는 누가 봐도 위험하게, 안전마저 하청노동자라고 차별받는 것이 참담했다.
 
▲ 정규직노동자가 타는 작업장 이동트럭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트럭 중 정규직노동자들이 타는 트럭모습
ⓒ 김용균재단
▲ 정규직노동자가 타는 작업장 이동트럭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트럭 중 정규직노동자들이 타는 트럭모습
ⓒ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아무리 하청노동자가 쓰다 버리는 소모품 같은 취급을 받는다지만,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선소에서 누가 봐도 위험한 일이 보란 듯이 매일매일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조선소의 안전을 책임지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에서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가만히 있는 걸까? 궁금해서 관련 규정을 찾아봤다.

도로교통법 제49조 제①항 12호는 "운전자는 자동차의 화물 적재함에 사람을 태우고 운행하지 아니할 것"이라 정하고 있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규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파트 단지 안이나 조선소 안처럼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은 도로교통법 제2조의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선소 안에서는 트럭 짐칸에 하청노동자를 싣고 이동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일까?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①항은 1호는 "사업주가 기계·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86조 ⑧항은 "사업주는 화물자동차 적재함에 근로자를 탑승시켜서는 아니 된다. 다만, 화물자동차에 울(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 물건) 등을 설치하여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정하고 있다.

그럼 그렇지. 조선소 내 도로가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트럭 짐칸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위험한 일은 당연히 허용될 리가 없지.

지금은 검토가 아니라 '조치'가 필요하다
 
▲ 하청노동자가 타는 작업장 이동트럭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 작업장까지 이동하는 트럭 중 하청노동자들이 타는 트럭모습
ⓒ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관련 규정을 확인한 뒤 지난 6월 7일,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과에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청노동자가 실려 다니는 트럭과 정규직노동자가 타고 다니는 트럭 짐칸의 사진도 함께 보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 산재예방과 감독관의 대답은 즉각적인 조치가 아니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관한규칙 제86조 ⑧항의 단서조항, "다만, 화물자동차에 울 등을 설치하여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트럭 짐칸에 하청노동자를 싣고 다니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짐칸에 설치되어 있는 핸드레일이 단서 조항의 "울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트럭 짐칸 양옆에 파이프로 약 50cm 높이의 핸드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정규직은 트럭 짐칸 양옆과 지붕을 막고 의자까지 설치해서 안전하게 타고 다니는데, 하청노동자는 달랑 핸드레일 하나 설치해 놓고 노동자들을 짐칸에 싣고 다니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다. 노동부가 즉각적인 안전 조치를 안 해서 내일이든 모레든 트럭 짐칸에 하청노동자를 싣고 다니다 사고가 나면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근로감독관은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정규직과 하청노동자의 차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 가닥 파이프로 핸드레일을 설치한 것이 "울 등을 설치하여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고용노동부에 공문을 보내 안전 조치를 요구한 지 40일이 지났다. 근로감독관은 아직도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그리고 하청노동자들은 오늘도 내일도 위험에 노출된 채 트럭 짐칸에 짐짝처럼 실려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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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으로 활동하는 이김춘택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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