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채권 가치 2경 증발..中, 美 국채 보유 1조달러 밑으로
주요국 긴축에 채권금리 상승 영향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감소폭 커
상반기 사채발행도 70건 이상 연기·중단
빚 많은 신흥국 금융불안 가중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현우 기자] 주요국의 통화 긴축 여파로 전 세계 채권 가치가 급감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7조달러(약 2경2400조원) 이상이 증발했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의 2배에 달하는 감소폭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1조달러 아래로 줄이며 투자손실 및 자본유출 가능성 대응에 돌입했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채권가치가 지난해 말 142조달러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25조달러로 약 12%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블룸버그 세계채권 종합지수도 올해 상반기 내에 12% 하락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5~10월)의 낙폭(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긴축에 채권금리 상승…신흥국 우려=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주요국이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상승한 채권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재정 건전성 체력이 약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상승률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이탈리가 정부가 지난달 말 발행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47%로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사채 시장도 마찬가지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조달금리는 끝없이 치솟는 분위기다. 유럽 스포츠 베팅업체 888홀딩스가 발행한 채권 수익률은 11%를 웃돌았지만, 실제 투자 수요는 시들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70건 이상의 사채 발행이 연기되거나 중단됐다. 이는 전년 동기(37건)와 비교해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신흥국의 금융 시스템은 더욱 불안한 형국이다. 채무에 의존해 왔던 신흥국은 자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은행의 자기자본이 감소하는 ‘파멸의 고리(Doom Loop)’에 갇힐 우려가 크다. IMF에 따르면 신흥국 은행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자국 국채 비중은 2010~2014년 12%대 수준에서 지난해 17%까지 치솟았다. 과거 1998년 러시아, 2001~2002년 아르헨티나에서는 자기자본이 급감한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 바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국을 포함한 세계 채무잔고는 300조 달러를 돌파해 20여년만에 약 3.5배로 몸집이 불었다. 이는 같은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약 2.5배) 속도를 웃도는 것이다.
中, 美 국채 보유량 줄이며 투자손실·자본유출 대응 나서
달러패권 저항 위한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中, 美 국채 보유량 12년만에 1조弗 아래로=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 줄이기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올해 5월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보유 규모가 9808억달러로 집계돼 201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조달러를 하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손실 우려 확대와 함께 중국 등 신흥국 시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자본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 국채 금리 기준상품인 미 10년물 국채 금리의 채권수익률은 연초 1.512%에서 전날 2.989%까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미국 금리상승에 따른 중국 및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본이탈 심화도 중국의 미 국채에 대한 매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IIF에 따르면 6월 해외투자자들은 중국 채권시장에서 25억달러 이상을 순매도했는데, 이는 7년만에 최대규모의 자본이탈이다. 특히 지난 2015년부터 2016년에 있었던 미국 금리인상기에 대규모 자본이탈을 경험한 중국 입장에서 외화유출에 대비하기 위해 미 국채 자산을 지속 매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나단 포툰 IIF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2015~2016년 중국의 증권, 채권시장에서 미국 금리인상과 위안화 평가절하 공포심리가 겹쳐지며 6700억달러 이상의 자본이 유출된 바 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문제와 미국의 통화긴축, 인플레이션 불안감 등이 겹치며 중국과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 우려는 매우 커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달러패권에 저항해 나가기 위해 미 국채 보유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여나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톈윈 전 베이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한 중국의 저항이 커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외환 구조 다각화를 추진하고 금 보유액 확대, 희토류와 같은 주요 자원 수출과 위안화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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