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망 인정 못받은 '회색지대' 보상 확대..최대 1억 준다

이우림 2022. 7. 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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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협의회(코백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코로나19 백신합동분향소 개소 및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과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길랑바레 증후군 등의 질병을 앓다 숨진 이들에 대한 사망 위로금이 1억원으로 오르고, 관련 의료비 지원도 5000만원으로 상향된다. 부검 후 사인 불명 사례에도 위로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


회색지대 지원 확대


19일 질병관리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국가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간 회색지대에 있던 백신 예방접종 피해 관련 지원금이 확대된다. 현재 질병청은 이상반응 신고 사례를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에 따라 ①~⑤까지 분류한다. ①인과성이 명백할 때,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거나 ③인과성 가능성이 있을 경우, ④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움(④-1 근거자료 불충분, ④-2 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경우) ⑤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다.
이 중 피해보상을 받는 건 ①~③까지다. '(백신과) 명확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인 ⑤를 제외하면 ④에 해당하는 사례는 회색지대로 분류됐다. 특히 ④-1의 경우 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아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인정받지 사례라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④-1에 해당하는 사례는 뇌정맥동 혈전증·모세혈관누출증후군·길랑바레 증후군·(횡단성) 척수염·면역혈소판감소증,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 정맥혈전증·피부소혈관혈관염·이명, 다형홍반·얼굴부종·안면신경마비 등이다.

질병청은 그동안 ④-1 사례와 관련해 의료비와 사망위로금 지원을 해왔는데 이번에 지급액 범위가 확대됐다. 의료비 지원의 경우 기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사망위로금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로 상향됐다. 관련 대상자들에게 개별 안내를 한다. 이미 의료비를 지원받거나 사망위로금을 받은 경우 별도의 추가 신청 절차 없이 기지급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의료비 지원은 143명, 사망위로금은 5명이 받았다.

이 외에 부검 후 사인 불명 위로금도 신설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42일 이내에 사망하고 부검 후에도 사망원인이 ‘불명’인 경우 위로금 1000만원을 지급한다. 지난달 23일 기준 관련된 사례는 4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보상 지원 전담기구 설치…이의신청 확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세상을 떠난 자녀를 둔 유가족이 1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합동분향소 개소 및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해 아들의 영정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뉴스1
이날부터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지원센터를 운영한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과 별도 조직으로 피해보상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기구다. 직접적인 보상 업무 외에도 피해보상 신청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지원을 제공하고 피해보상 정보시스템을 운영해 국민 편의를 증진한다는 계획이다. 센터장은 질병청감염병정책총괄과의 조경숙 과장이 맡는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기회도 기존 1회에서 2회로 확대된다. 질병청은 이의 신청을 원할 경우 보상 기각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에 이의신청서와 함께 필요하면 추가 서류 등을 제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원활한 접수를 위해 신청 절차의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정보시스템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5일부터 피해보상 신청자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관할 보건소로 방문이 어려운 경우 등기우편을 통해 보상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접수창구가 확대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피해보상 신청부터 보상 결정 단계까지 심의 진행과 결정 사항을 단계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7월부터 심리지원도 실시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고 사례자 및 가족 등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목적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의과학 전문기관에 ‘코로나19 백신안전성연구센터’를 설치해 백신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예방접종 정책 수립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코백회 “책임 회피식 대응…피해자 우롱”


다만 정부의 지원 확대 방안과 관련해 이상반응 피해 당사자들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이상반응 인정률 자체가 상향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지금은 인정률 자체가 너무 낮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팬데믹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큰 백신이 사용된 건데 평상시와 동일한 백신 피해보상 규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책임 회피식 대응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라며 “지원금을 조금씩 올리는 대책만 내놓는데 이건 백신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현재 ④-1로 분류되는 이상반응 사례가 ②로, ④-2로 분류되는 사례가 ③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상반응 피해보상 심사 자체도 밀실에서 비공개로 하지 말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인정률부터 높이고 입증 책임 국가가 져야”


김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역시 “소위 그레이존(회색지대)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백신 부작용일 가능성이 작아서라기보다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분류된 것”이라며 “이를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4월 27일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백신 이상반응) 입증 책임을 본인이 아니라 국가가 입증하도록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백신 부작용은 매우 복잡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인데 이걸 환자나 피해자보고 입증하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게 맞냐”며 “이번 대책에서 국가 책임 강화 등 큰 원칙부터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이 담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계적이고 관습적으로 피해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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