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투자자 '도덕적 해이' 방지책 제시해야 [이수일의 짚어보기]

이수일 2022. 7. 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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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회생법원 "주식·코인 손실금, 개인회생 신청시 손실액 반영 안 해"
법원 "재산 은닉 규제할 것"..국민들 "빚투·먹튀 조장"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 준다"
국민적 우려에 대한 사법 당국의 설명 및 대책 필요
서울행정·가정법원 모습. ⓒ데일리안 DB

서울회생법원이 7월부터 대출을 받은 후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자금을 잃고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해당 손실액을 갚아야 할 돈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투자자가 주식·가상화폐 손실액을 갚지 않아도 된다거나 빚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총 재산이 적으면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들 게 되는 만큼 법원이 ‘빚투’(빚내서 투기)·‘먹튀’(먹고 튀기)를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온다.


법원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라며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가령 10억원의 아파트가 5억원이 될 경우 재산을 5억원으로 보는데, 주식·가상화폐의 경우 10억원이 5억원으로 폭락해도 투자자의 재산이 여전히 10억원인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빚을 져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다수인 반면, 주식·가상화폐로 인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이들은 사례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이 같은 지침이 서울 지역에만 적용될 뿐, 다른 지역에선 해당이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법조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서울회생법원 측은 “올해 하반기엔 채무자들의 경제적 파탄 및 도산신청 사건의 수가 폭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에 실패한 청년들의 빠른 복귀를 위해 정부부처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투자 손실을 핑계로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는 규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은 이 같은 법원 및 법조계의 주장에 물음표를 표시하고 있다. 주식·가상화폐의 손실은 해당 투자자의 책임인데, 개인회생을 통해 일부만 갚으면 나머지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해서 돈을 벌어들일 경우 온전히 투자자의 ‘역량’으로 보면서, 돈을 잃어버린 경우엔 왜 ‘개인회생’으로 도망갈 구석을 만들었다는 점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국민 다수의 해석이다. 그러다 보니 성실하게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갚는 사람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현재는 서울회생법원만 이 같은 지침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7월부터 개인회생과를 신설·운영 중인 부산지법이 판사와 회생위원들이 준칙 개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데, 앞으로 부산 이외 다른 지역 법원에서도 준칙 개정에 나선다면 주식·가상화폐 빚투족들이 채무상환을 안 하고 버틸 수도 있다.


벌써부터 일부 지역에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며 서울회생법원만이 아닌 모든 법원이 동일한 준칙을 시행하거나 국회·정부가 면책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사법당국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다수의 국민을 설득시키기 위한 묘수를 만들어 한다. 단순히 법원이 “재산을 은닉행위를 규제하겠다”고 설득하려 한다면, 이는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8년 1월 금융당국은 1000만원 이하의 원금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25만2000명, 연대보증인 21만명의 채무 3조2000억원 전액을 탕감해 줬다.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내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같은 해 12월 21일 다시 한 번 빚을 탕감해주면서 과도한 ‘금융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채무자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성실히 빚을 갚아왔던 이들은 허탈해 했다. ‘도덕저 해이’가 만연할 것이라는 맹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때도 유야무야 넘어가자, 윤석열 정부도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에 대한 부채 탕감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또 다시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부추기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이번 준칙 시행도 그 중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이젠 멈춰야 한다.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빚을 진 채무자들이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인식을 뿌리 뽑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다수의 국민이 받아들여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한다. 사법당국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을 설득해 ‘민심’을 얻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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