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대책에 또 돈 푼다"..외식업계 대환영 속, 국민 비난도

임유정 2022. 7. 19. 05: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 9월 종료 대신 빚 탕감 정책 내놔
자영업자, 코로나 재확산에 최악..지원책 필요
성실하게 빚 갚은 사람들만 '바보' 비판도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 내 한 식당에 오픈을 늦춘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있다.ⓒ뉴시스

정부가 ‘125조원+α’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프로그램을 마련하면서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25만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연착륙 지원에 3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대립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금리가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란 입장이지만, 세금으로 빚을 줄여주는 것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지금껏 성실하게 원리금을 갚은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를 발표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채무조정을 위한 ‘새출발기금’ 조성,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신설 등이 담겼다. 핵심은 대출 관리 방식의 ‘유예→경감’ 전환이다. 올해 10월부터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60∼90% 대폭 완화 시켜준다.


오는 9월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는 사실 ‘무늬만 종료’ 인 셈이다. 정부는 6개월씩 네 차례에 걸쳐 연장됐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오는 9월 종료하기로 했다.


서울 광진구 먹자골목 내 한 식당에 가격표가 수정돼 있다.ⓒ뉴시스

외식업계는 ‘가뭄의 단비’라는 반응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오고 정부 역시 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라 선별적·단계적 거리두기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가 경제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업계 상황은 최악이다.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적인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크다.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역시 또 한번 올랐다. 추석 성수품 수요가 몰리는 8월에는 물가 상승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영업·소상공인 대출자 대다수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간 추가 대출을 통해 파산 위기를 막아왔지만 이자 부담이 크게 오르면 연쇄 채무불이행 사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임대료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조건 미달로 대출 거부를 당하고 금리 24% 사채를 썼다”며 “이자 부담이 너무 큰 데 거리두기가 해제되니 모든 사람이 돈 쓸어 담는 것처럼 바라봐서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도 “그동안 정부가 손실보상을 지원해 주더라도 고정비인 임대료와 인건비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제외됐다”며 “손실보상 보정률을 100%로 해도 실제 이들의 피해를 온전히 반영하기는 어렵다.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 정부가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같이 죽을 수 밖에 없다”며 “당장은 세금 부담 등의 이슈가 클 수 있지만 이 나라를 지탱할 국민이 없으면 이 나라도 없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연체나 상환불능 상태의 차주에 대한 지원 집중이, 정상적으로 이자와 원금을 납입한 채무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 올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모럴 해저드가 번질 수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여기에 사회가 나중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의견도 뒤따른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통 받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을 받지 않은 자영업자·소상공인과의 형평성 논란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직장인 A씨는 “막말로 자영업자가 진 빚을 국민이 나눠서 떠안는 꼴 아니냐”며 “채무 원금까지 대폭 깎아주는 방식은 그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기 위해 노력해온 채무자들의 박탈감과 금융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당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적절한 지원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보다 정교한 지원 방안과 모럴해저드 방지를 위한 대책 보완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빚 탕감 정책은 국민적 공감과 함께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코로나로 회복이 불가능한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힘을 줘야 하는 것은 맞지만 관건은 어려운 계층을 어떻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별을 하느냐에 있다”고 일침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