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64%가 말리는 '바이든 재선'..美대선 민주당 2·3순위는?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박현영 2022.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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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이 민주당 안에서 나오고 있다. 주된 이유로 고령의 나이와 그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꼽는 이들이 많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고유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인정 판례(로 앤 웨이드) 폐기와 대형 총기 사고 등으로 민심이 팍팍해지면서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 논의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원 64%, 바이든 아닌 후보 원해"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민주당 내 차기 대선 주자 후보 톱 10 명단을 발표했다. WP는 분기마다 명단을 공개해 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을 제외한 차기 대선 주자 후보군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부터는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톱 10 명단을 만들었다. WP는 "어떤 이유로든 현직 대통령이 다음번에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 때가 올지도 모르고, 2024년 대선에 대한 바이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평가할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썬 바이든 대통령이 1위다. 바이든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후보이며, 진심으로 재선 도전 의사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입지가 약해졌다고 WP는 해설했다. 지난 11일 발표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학교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26%만이 바이든을 차기 대선 후보로 원했으며, 64%는 "다른 사람"을 선호했다.


"부티지지, 우파 논점 차분히 반박할 수 있는 인물"


2위에는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이 올랐다. WP는 부티지지 장관이 본업인 교통장관 업무와는 별개로 "폭스뉴스에 출연해 차분하고 꾸준한 방식으로 우파의 논점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이란 입지를 민주당 안에서 차지했다고 평가했다.

부티지지는 폭스뉴스 출연 당시 앵커로부터 낙태권 폐기에 찬성한 보수 성향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관련 질문을 받았다. 캐버노 대법관이 스테이크 식당에서 식사 중 시위대가 몰려와 식당 뒷문으로 나가야만 했던 상황에 대해 "공직자는 공공장소에서 폭력, 괴롭힘, 협박으로부터 항상 자유로워야 하지만, 언론의 자유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들의 비판이나 평화로운 시위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답해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공화당원들에게 민주당의 메시지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경우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이 불출마할 경우 이 명단에 있는 사람 누구보다 더 든든한 토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과 부통령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게 문제다. 현재 직무를 위해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야 하는 입장에서 독자 노선을 걷기는 쉽지 않다.

4위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주)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치적 입장 등 유사한 점이 많다. 깜짝 놀라게 할 일을 만들기보다는 전통적인, 실용적인, 중도 온건 성향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치적 성공을 거둔 뒤 불출마를 결정할 경우 가장 큰 혜택을 받을 후보라고 WP는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은 2020년 온건파 바이든을 앞세운 성공 방정식을 다시 써보고 싶은 생각을 할 수 있다.


80세 샌더스 "바이든 안 나오면 출마하겠다"


급진적 진보 계보의 거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은 각각 5위, 6위에 올랐다. 샌더스 의원 측은 지난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불출마할 경우 민주당 경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대선에 다시 뛸 "가능성이 매우, 매우 적다"고 한 본인의 말을 뒤집은 것이다. 샌더스 의원은 올해 80세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나란히 7위, 8위, 9위에 올랐다. 뉴섬 주지사는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 2위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비판하는 광고를 폭스뉴스에 실었다.

광고에서 뉴섬 주지사는 낙태, 언론의 자유, 투표권 등을 언급한 뒤 플로리다 같은 곳에서 자유가 공격받고 있으며 공화당이 "당신의 자유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넘버 2인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격해 화제를 만듦으로써 정치적 야심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 급진좌파 일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뉴욕주)이 10위다. 민주당 내 잠룡들은 일단 공개적으로는 바이든이 출마를 하든 안 하든 그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했지만, 오카시오-코르테즈는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할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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