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백 오픈런에 "흔해져서 싫다"..진짜 부자들이 택한 명품은

백일현 2022. 7.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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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부자는 가방→시계·보석에 관심..매출비중 'UP'
샤넬백 대중화..'나만의 명품' 보여주는 주얼리 선호


서울의 A백화점 VIP고객인 안모(39)씨는 최근 지인 모임에 나가면서 이전에 즐겨 들고 다니던 샤넬 백을 매지 않았다. 안씨는 “최근 ‘샤넬 오픈런’(영업 시작 전부터 줄지어 대기하는 행위)으로 샤넬 백이 대중화되니 나만의 명품을 보여줄 수 있는 주얼리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안씨는 2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착용하고 모임에 나갔다고 한다.

백화점 VIP(우수), VVIP(최우수) 고객 사이에서 명품 시계·보석의 성장 속도가 명품 가방보다 빠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명품 가방을 사기 위해 ‘오픈런’을 넘어서 텐트를 치고 밤새 대기하는 ‘노숙런’이 벌어지고, 리셀러(되팔이)들이 마진을 얹어 일반인에게 되팔고 있는 가운데 차별화를 원하는 고객층이 이전보다 시계와 보석 구매에 관심을 더 보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한 서울 시내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던 모습. [뉴시스]


명품 시계·보석, 가방보다 성장 속도 빨라


19일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동안 연 2000만원 이상 구매한 VIP 고객의 전체 매출에서 명품 시계·보석 매출 비중은 22%였다. 전체 고객의 명품 시계·보석 매출 비중(16%)보다 6%포인트 높았다.

VIP 고객의 시계와 보석 매출 비중은 2020년 14%에서 2년 새 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명품 잡화는 22%에서 27%로 5%포인트 늘었다.

이런 추세는 연간 1억원 이상을 구매하는 VVIP 고객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올 상반기 명품 시계·보석 매출이 전년 대비 76% 이상 고신장했다. 해당 등급의 전체 구매 금액 가운데 명품 시계와 보석 매출 비중이 약 31%를 차지했다. 전체 고객의 명품 시계·보석 매출 비중(16%)의 두 배에 이른다. 2020년과 비교해도 명품 시계와 보석 매출 비중이 13%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4%포인트 증가한 명품 잡화보다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갤러리아 관계자는 이같은 명품 시계·보석 신장세에 대해 “차별화된 VIP서비스 등이 견인했다”고 말했다. VIP 고객의 자택에 방문해 주요 시계·보석 상품을 일대일로 컨설팅해주는 서비스(PS to Door)가 효과를 봤다는 설명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고가 보석은 보안상 위험으로 백화점 반출이 어렵지만 최상위 VIP 등급인 PSR 등급(연 1억원 이상 구매)에 한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갤러리아명품관 이스트 전경. [연합뉴스]


지난 4월부터는 ‘PSR 우선 입장’ 서비스도 시행했다. 까르띠에·불가리·티파니·그라프·바쉐론 콘스탄틴 등 명품 시계와 보석 매장, 루이비통·디올·구찌·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을 원하는 시간에 대기 없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다. 이밖에 명품 시계·보석 매장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전시 행사를 분기별로 진행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프리미엄화 활발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보복 소비’가 활발했던 올 상반기엔 다른 백화점에서도 VIP 고객 매출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MVG 등급(연간 1800만~2000만원 이상 구매) 이상 우수 고객의 상반기 주요 상품군별 매출 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해외 패션(30%), 골프(40%), 애슬레저(35%) 등의 매출이 골고루 늘었다.
롯데백화점. [중앙포토]


프리미엄화 작업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해부터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컨설팅을 받으며 단계적인 리뉴얼에 돌입,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을 대폭 늘렸다. 지난 5월 말에는 백화점 우수 고객만 초대해 하루 동안 편리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비뉴엘 쇼핑데이’도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세이지만 유통 업계에선 고소득층 소비 심리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백화점들이 각각 차별화한 마케팅을 통해 VIP, VVIP 고객들을 잡으려는 노력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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