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소변에 핏덩이가.. 수십년 흡연 60대 이상은 의심을

민태원 2022. 7. 19.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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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암에 희망을] <12> 신우·요관암
흡연자 신우·요관암 위험 7배 높아
40~50%는 방광암 발생.. 추적 검사를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김정준 교수가 신장 모형을 들고 신우·요관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흡연이 가장 많이 일으키는 암은 단연 폐암이다. 그런데 소변이 배출되는 경로에 생기는 암(요로상피암)이 흡연과 연관된 암 발생률 2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담배를 피우면 호흡기를 거쳐 폐를 통해 흡수된 유해 물질들이 여러 장기에 영향을 끼치고 마지막에 오줌으로 빠져나간다. 좌우 신장(콩팥)에서 만들어진 소변은 이동 통로인 신우(콩팥 깔때기)와 요관을 거쳐 방광에 한동안 저장됐다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에 소변 속 담배의 대사물질들이 이들 기관에 암의 씨앗을 심는 것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신우·요관암 발생 위험이 7배 높다.

A씨(75)도 3년 전 신우암을 진단받고 40년간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A씨는 “저녁에 소변을 보는데 오줌에서 뭔가 물컹하고 나왔다. 변기를 보니 소변이 붉으면서 선지 같은 것이 가라앉아 있었다”고 했다. 이튿날 아침 다시 소변을 보니 이번에는 맑게 나와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한달 뒤 다시 혈뇨와 함께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았고 오른쪽 신우에 종양이 발견돼 절제 수술을 받았다. A씨는 이후 방광암도 2차례나 겪었다.

비교적 흔한 방광암, 신장암에 비해 신우·요관암은 드물게 발생한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연간 600~800명의 신우·요관암이 발생한다.

신장의 위치와 내부 구조. 국립암센터 제공


2019년엔 684명이 새로 발생했다. 신우는 소변이 배출되는 곳이고 요관은 신우와 방광을 연결해 주는 관이다. 남녀별로는 2대 1로 남성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연령별로는 70대(32.0%)가 가장 많고 60대(38.7%) 80대이상(23.7%) 순이었다.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김정준 비뇨의학과 교수는 18일 “고령의 남성일수록 여태까지 많은 흡연을 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또 다른 위협 요인인 산업현장에서의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됐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신우·요관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혈뇨다. 60~70% 환자에서 육안으로 관찰되는 무통성 혈뇨가 나타난다. 약 12%에서는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현미경으로 확인되는 혈뇨가 있다. 옆구리에 통증이 있을 수도 있다. 국립암센터 정진수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다만 혈뇨나 옆구리 통증은 방광염이나 요로결석 등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는 만큼 요관경 검사 등을 통해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는 암이 발생한 쪽의 신장과 신우, 요관, 요관이 닿아있는 방광의 일부분까지 제거하는 근치적 수술이 표준적 방법이다. 수술로 한쪽 신장을 떼어내도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하지만 한쪽 신장을 제거할 경우 반대쪽 신장 기능 또한 서서히 떨어지면서 만성 신부전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쪽 신장을 보존하는 치료법이 대두되고 있다. 김 교수는 “완치율은 높지만 80대 중반 이후의 고령 환자를 상대로도 신장 기능 저하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근치적 절제 수술을 적극 시행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이슈가 최근 제기되고 있다”며 “7~8년 전부터 내시경(요관경)으로 암 부위만 도려내거나 전기로 태우는 방법이 저위험군 고령 환자 대상으로 일부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진행된 신우·요관암의 경우 면역항암제 등 최근 개발된 신약들이 성과를 보이고 있어 말기 환자들도 희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 전문의는 “육안적 혈뇨가 있을 때 염증이나 결석 등 암이 아닌 경우가 더 많지만 반복되거나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육안적 혈뇨, 특히 장시간 흡연 경력이 있는 60세 이상에서의 혈뇨는 신우·요관암이나 방광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광암에 비해 신우·요관암은 훨씬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늦게,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또 신우·요관암 환자의 40~50%에서 방광암이 발생하므로 추적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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