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사적채용 질문에 "다른 말씀 또 없느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로 여권에 비상이 걸렸다. 취임 70일 만에 30%대 지지율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1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6주 연속 하락한 32.0%였고, 부정평가는 63.7%였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긍정평가 33.4%, 부정평가 63.3%로 추세가 비슷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정치권에서는 30%대 지지율은 정치적 변수에 따라 언제든 40% 이상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지만, 20%대로 주저앉으면 회복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실상 지지율 마지노선에 몰린 것이다.
지지율 20%대로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
여당에서는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여소야대 구도(국민의힘 115석, 더불어민주당 169석)에서 국정 동력을 상실할 거란 위기감이 상당하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도 공무원 조직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20%대 하락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에선 원인 진단과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7일 고위 당·정·대협의회에서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어렵게 준비한 정책이 묻히지 않도록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차관은 물론 실·국장들까지 방송이나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해 달라”며 홍보를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엔 “홍보 부족 때문이 아니다”(초선 의원)며 답답해하는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우모씨 사적 채용 논란 등 악재가 정책 이슈를 덮어버리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이유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전 정권을 겨냥한 진상조사 공세를 두고도 “지금 국민은 북송 사건의 진실보다도, 정부·여당이 고물가 위기 속에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를 더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3선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부실 인사 전반을 짚어볼 계획이 있느냐’는 사적 채용 관련 질문이 나오자 “다른 말씀 또 없느냐”며 답하지 않았다. ‘채용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냐’는 이어진 질문에도 윤 대통령은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럼에도 사적 채용 논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까지 번졌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권력자들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간 공개 파열음이 나오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직원 채용 절차가 일부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우씨를)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 하더니, 9급에 넣었더라”(권 원내대표), “어떤 압력도 받은 적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장 의원)이라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사적 채용은 악의적 프레임”(핵심 관계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지인을 통한 채용 사례가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대통령실 직원 채용 과정이 주목을 받게 됐다.
현재 대통령실 진용은 대부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 결정됐다. 장제원 의원 스스로 “당시 인사 책임자였다”고 밝혔듯이, 장차관 인사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선에서도 당선인 비서실장이던 장 의원이 정점에 있었다.
대통령실 진용 대부분 인수위 때 결정
인수위 때의 인사 시스템은 추천과 검증 분리로 요약된다. 사무실도 강북(추천팀)과 강남(검증팀)에 따로 뒀다. 추천팀은 장 의원을 비롯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등이 핵심이었다. 이들이 인사혁신처의 인사 자료를 토대로 여러 루트로 추천을 받아 1차 스크린을 한다. 이후 국세청·검찰·경찰과 국민의힘 파견자 등이 포함된 검증팀으로 자료를 넘기면, 이 검증을 통과한 이들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낙점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었다. 장 의원이 “국민캠프 행정실, 당 사무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인수위 행정실 그리고 인사혁신처로부터 다양한 추천을 받아 인선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썼듯이 ‘이 사람을 써달라’는 추천은 많았지만, 자리가 한정돼 있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옥상옥 역할을 했던 대통령비서실 축소를 수차례 약속했기 때문에 자리 자체도 줄었다.
직격탄은 주로 어공들이 맞았다.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인 어공은 말 그대로 우연한 기회에 나라의 봉록을 받게 됐다는 의미로, 공무원 시험 등 정규 트랙을 거친 ‘늘공’(늘 공무원)의 ‘대구(對句)’ 개념이다. 대개 선거캠프에서 활약하다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 대통령실 어공으로 자리 잡는다.
그러나 인사 적체가 쌓이면서 캠프 초반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실무진 중 다수가 막판까지 전전긍긍했고, 행정 요원급까지 누군가의 추천이나 인맥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실무자는 “누구의 끈이 더 튼튼한가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누가 어떤 경로로 들어와 일하는지 알지 못하다 언론 보도를 보고 아는 경우가 잦다”며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이런 식의 인적 구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호·손국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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