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보폭 맞춰라..55개국 넉달새 빅스텝만 79회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기준 금리 인상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와 수퍼 달러의 기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도 높은 긴축을 따라잡기 위해 보폭을 일제히 키우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지난 4~6월 전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인상한 횟수가 62회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달에도 0.5%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한 횟수가 17회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 이후 처음이다.
긴축 행보의 선두주자는 Fed이다. Fed는 기준금리를 지난 5월 0.5%포인트, 지난달에도 0.75%포인트 인상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건 1994년 이후 28년 만이다.
2007년 9월 이후 한 번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스위스도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연 -0.75% → -0.25%)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13일 사상 첫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다. 호주와 노르웨이 등도 0.5%포인트 이상 올렸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지난 4월과 6월에는 각각 빅스텝을 밟았고, 지난 13일에는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전략 책임가는 “0.5%포인트 인상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전환점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폭이 커진 건 달러 강세에 따른 ‘역환율 전쟁’에도 이유가 있다. 금리 상승으로 미국이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지난 14일 108.54를 기록, 20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보유한 달러를 팔며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국가도 늘고 있다. 통상 신흥국들은 자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중에 풀린 달러를 사들여 자국 통화가치를 낮춰왔다.
한국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홍콩, 싱가포르,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달러를 순매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고 있다. 한국도 올해 1분기 외환시장에서 83억1100만 달러를 내다 팔았다.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제임스 애티 시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각국이 자국의 통화 약세를 원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 본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라고 말했다.
한편 Fed의 울트라스텝(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잦아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7일(현지시간) Fed가 이달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3일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9.1% 급등하자 울트라스텝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며 상황이 바뀌었다.
Fed 주요 인사들도 울트라스텝에 선을 긋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매파(긴축 선호)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지난 14일(현지시간) “0.75%포인트 인상도 강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 Watch)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80.3%에서 지난 15일엔 29%까지 내려온 상태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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