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사 협약 했으면, '개별동의' 없어도 임금피크제 적용"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합의했다면 조합원 개별 동의를 구하지 않더라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이 개별적으로 연봉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임금피크제를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임금피크제 반대했는데 감액” 소송 제기
18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환경공단은 지난 2015년 9월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과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정년(만 60세)이 도래하기 3년 전부터 순차적으로 1차연도 5%, 2차연도 20%, 3차연도 15%의 임금을 감액한다는 내용이었다. 공단은 노사합의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취업규칙을 신설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그러나 일부 근로자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하면서 공단이 요구한 임금 감액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 근로자 18명은 노사합의 이후 2016년 연봉계약을 체결했고, 공단이 임금피크제 규정을 적용해 감액된 임금만 지급하자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임금피크제 규정 자체가 무효이거나 적어도 임금피크제에 동의하지 않은 자신들에게 적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연봉계약을 (별도로) 체결했기 때문에 공단은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지 않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노사 단체협약 했으면 적용 타당”
그러나 1심은 원고인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가 고령자보호법 위반이 아닐뿐더러, 연봉계약의 내용은 ‘기재된 금액을 연봉으로 정하되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면 그에 따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심 역시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지난 5월 12일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라는 이유만으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연봉계약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서 임금피크제보다 유리한 개별계약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이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이란 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등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여러 규범이나 계약 중에서 가장 유리한 근로조건이 근로자에게 적용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은 유리한 조건 우선원칙을 적용할 유리한 조건에 관한 약정이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김수민ㆍ허정원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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