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탕감' 논란에..김주현 "투자 실패자 위한 제도 아니다"

안효성 2022. 7. 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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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취약층을 위한 금융지원 대책에 빚을 내 투자한 청년층의 이자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고, 폐업 등으로 빚을 갚기 힘든 자영업자 채무를 최대 90% 탐감해주는 내용에 비판 여론이자 서둘러 수습에 나선 것이다.

(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실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8일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대책은 부채 상환이 정상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한 조치"라며 “코로나19로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조치를 할 때도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을 했기 때문에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금융부문 민생 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논란이 불거진 건 청년층에 대한 채무조정 부분이다. 만 34세 이하의 저소득 청년층(신용평점 하위 20%) 중 빚을 갚기 어려운 경우 원금 상환을 최대 3년 동안 유예하고, 이자의 30~50%까지 감면해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최대 4만8000명이 1인당 연간 141만~263만원의 이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김 위원장은 해당 제도에 “가상자산 투자 실패자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며 “사업이 안 될 수도 있고, 가정적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투자실패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정대로 채무를 갚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도 이날 해명 자료를 통해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는 카드발급과 신규대출 등 금융거래에 상당한 제약이 있는 청년층만 지원대상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원금 감면이 없는 만큼 ‘빚 탕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빚투’ 청년에 대한 지원 논란은 금융위가 자초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관련 대책을 발표하며 “청년·서민의 투자 실패 등이 장기간 사회적 낙인이 되지 않도록 청년특례 채무조정 제도를 신설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현실을 좀 더 생동감 있게 표현하다 보니 발표에 투자 손실 얘기가 들어갔다”며 “해당 표현이 도덕적 해이 논란을 촉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창용 총재와 첫 회동 (서울=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첫 회동을 하고 있다. 2022.7.18 [금융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대책에서 금융위는 폐업·부도 등으로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채무는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할 계획이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에서 빠진 일부 자영업자의 경우 오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된 뒤 은행이 자율적으로 소상공인 대출의 90~95%를 자율적으로 연장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등 민간에 과도한 부담을 지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위원장은 “부채 문제는 채권자와 채무자 간 문제인데, 정부가 취약계층과 일반 국민의 채무 부담을 줄이는 조치를 발표해 (부실채권을 흡수하면서) 금융기관이 혜택을 본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조치를 마련했으니 각 금융사가 여러 차주의 개별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과의 사전 협의 부족에 대해서는 “최일선과의 대화가 부족했을 수는 있다”고만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처음 회동했다. 회동 후 금융위와 한은은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이 조화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양 기관의 공조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취약차주와 한계기업 등 취약부문의 잠재부실이 현재화되어 금융시장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협하지 않도록 민생부담 경감에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7%대로 오를 경우 190만명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금감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평균금리인 3.96%와 대출 보유자 1646만명(대출액 1616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대출금리가 3%포인트 오를 때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연 7%가 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가 넘는 대출자는 3월 말 기준 140만명에서 190만명으로 늘어난다. 부채 금액은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122조9000억원이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자는 최저 생계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으로는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걸로 분류된다. DSR이 90%가 넘는 차주도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늘게 된다. 이들은 소득에서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차감해도 원리금을 못 갚는 대출자이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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