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녹색에너지' 된다..NDC도 재설계(종합)
이달 말 K택소노미 초안 발표..9월 중 최종안 확정
NDC 부문별 감축목표 재설계..배출권 거래제 고도화
반도체 핵심 '초순수' 국산화 추진..국내 시장 1.4조원
尹 임기 내 무공해차 200만대 보급..비율 1%→8%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가 오는 9월 중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킨다. 원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도 다시 설계한다. 전기차 등 무공해차(ZEV)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0만대를 보급하기로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새 정부 핵심 추진과제를 보고했다. 환경부 업무보고에는 ▲과학적이고 실현가능한 탄소중립 이행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 ▲국가·기업 경쟁력과 함께 하는 환경 등 3대 핵심과제와 9대 세부과제가 담겼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에게 “(환경 규제는) 이념과 구호가 아닌 과학에 기반해야 한다”면서 “산업계 현실을 감안하고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며 환경 정책을 만들어달라”고 지시했다.
K택소노미에 원전 포함…EU 기준 참고
환경부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택소노미는 친환경·저탄소 등 녹색 경제활동을 구분하는 제도다. 택소노미가 규정한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되면 녹색채권·녹색기금 등 다양한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켜 금융권의 녹색투자를 유인하겠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K-택소노미 관련 막바지 협의를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말 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한 후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9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확정 과정에서 유럽연합(EU) 택소노미를 적극 참고할 방침이다. 앞서 유럽의회는 이달 초 원전을 포함한 EU택소노미 최종안을 가결했다. 단 EU택소노미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 등을 원전 포함 조건으로 달았다. 한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원전 포함에 대한 조건은 EU택소노미 기준을 참고할 것”이라며 “(다만) 국내외 여건을 감안해 면밀히 검토하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030 NDC도 재설계…유상할당 확대
환경부는 NDC의 부문별 감축 목표도 수정한다. 원전 비중 확대에 방점을 찍은 새 정부 에너지 정책방향과 연계해 원전 역할을 늘리고 발전 부문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전문가 검토 등을 거쳐 NDC 부문별 감축목표를 재설계한 후 내년 3월까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탄소중립 목표치는 유지하되 구체적인 부문·연도별 로드맵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면밀히 설계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5년부터 시행한 배출권 거래제 고도화도 추진한다. 우선 환경부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수록 배출권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배출권 거래제를 손볼 계획이다. 돈을 받고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는 유상할당 방식도 확대한다. 유상할당 방식 확대에 따른 수입은 기술개발과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제동향과 산업경쟁력을 고려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기업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2026년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30% 줄인다. 이를 위해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대상은 기존 5등급 차량에서 4등급 차량으로 확대한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상황에 대비해 기존 4개월인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초미세먼지 고농도 예보는 현재 12시간 전 예보에서 2일 전 예보로 앞당긴다.
물값 동결…'초순수' 2025년까지 국산화
민생 안정을 위한 조치도 내놨다. 환경부는 광역상수도 공급 물값을 동결하고 영세 수도사업자에 대해 요금 감편 폭을 기존 2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산업기지 신·증설 등으로 늘어나는 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하수 재이용 등 여러 기술을 동원해 양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방침이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환경부는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로 불리는 초순수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관련 기술을 2025년까지 국산화하기로 했다. 초순수 기술은 반도체 공정 핵심기술 중 하나로 국내 시장 규모만 1조4000억원에 이른다.
또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 5년간 무공해차 200만대를 보급한다. 무공해차 200만대 보급시 전체 등록 차량 중 무공해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에서 8%로 증가한다. 환경부는 무공해차 보급 확대를 통해 탄탄한 내수 시장을 창출하고 기술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장관은 “대통령께 보고 드린 정책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면서 “이번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환경 정책들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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