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55개월만 방일.."강제징용, 현금화 전에 해결책" 공감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18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상은 이날 오후 4시 외무성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만나 팔꿈치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회담 후에는 업무 만찬(working dinner)을 함께 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건 2017년 12월 이후 약 55개월 만이다.
한·일 외교장관은 지난 2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지난해 9월 유엔총회 등 주요 계기마다 별도 회담을 개최하며 형식적 협의 절차는 이어갔다. 하지만 위안부·강제징용 등 전통적 갈등 사안에 더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시도 등 새로운 현안이 누적하며 그간의 외교장관 회담은 이견 조율이 아닌 갈등 증폭의 장이 되곤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일본 출국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 일정을 ‘소중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일 간에 여러가지 현안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함으로써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좋은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면서다.
회담에 앞서 박 장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 보도자료를 통해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외무상의 리더십 하에 일본 국민들이 아베 전 총리의 별세에 따른 충격과 슬픔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했다”고 밝혔다.
회담의 주요 의제였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선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줄곧 상호 입장차만 부각됐던 대치 국면에서 한걸음 나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양 장관은 회담에서 오는 9~10월 대법원에서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을 현금화하는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박 장관은 강제징용 판결 관련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양측은 강제징용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하야시 외무상은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선 '구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칭하는 표현)' 문제를 비롯한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며 “양 장관은 강제징용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한국 외교부는 지난 4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강제징용 피해자 법률 대리인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했다. 일본 측엔 해결책을 찾으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선 조속한 해결의 필요성에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의견 교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이 민관협의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등을 일본 측에 설명했고 일본 측은 주로 경청했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하야시 외상이 "이(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일·한(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일본 측은 기존 입장에 머문 상태에서 한국이 해결 노력의 의지를 밝히자 이에 동의한 수준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선 또 위안부 합의 및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안정화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철회 등 양국 현안이 종합적으로 논의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박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부당한 조치가 철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 두 장관은 양국 간 긴밀한 소통 하에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 등 한·일간 인적교류 복원을 위한 조치가 이뤄진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비자 면제 등 교류 재활성화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 정비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장관이 새로운 국면에서 얼굴을 맞댐에 따라 양국 간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기 한·일정책협의단을 통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 친서를 보내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 과제로 추진해 왔다.
기시다 내각 역시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 압승을 계기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마련해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에 나설 정치적 여유를 확보한 상태다.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의 분위기 전환을 위한 여건은 마련됐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19일 기시다 총리도 만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께서 한·일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정진우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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