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비대면 진료 허용하자 무허가 수입의약품으로 무자격자가 제조..의료계 "가이드라인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병원 방문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편의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에서 상업적ㆍ위법적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계와 정치권은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무조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올바르게 안착시킬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와 함께 이런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대면 진료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앱을 통해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약국에서 처방 약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병원 내 감염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2020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무자격자가 무허가 수입의약품으로 조제해 적발
그는 이날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비대면 진료 중 발생한 약사법 위반 사례 9건을 공개했다. 비대면 진료가 시작된 2020년 2월 24일부터 2022년 5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사례로 주요 사례를 보면 ▶무자격자가 비대면 처방전을 조제하면서 무허가 수입의약품으로 조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알선 ▶약효 동등성을 인정받지 못한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 등이다. 신 의원은 “지난 2년간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면서 총 360만건, 총 685억원에 달하는 의료 행위가 이뤄졌다”며 “앞서 8건은 서울시에서, 1건은 경남에서 발생했는데 300만 건의 진료 중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의원은 “정부가 위법 사례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비대면 진료를 사실상 전면 허용하며 방치해왔다”며 “심지어 초기엔 향정신성 의약품을 포함하면서 약물 남용을 조장한 바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비대면 진료 허용 후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류 처방이 늘자 당국은 지난해 11월 비대면 진료 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금지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의협 “보조적 수단돼야”…약사회 “제한적 허용해야”
이날 자리에 동석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어떠한 경우에도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대신할 수 없다. 단지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안정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국회와 정부 주도의 일방향적 정책 추진을 지양하고 국회와 정부가 전문가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충분히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은 “약사단체가 리서치 전문업체에 의뢰한 ‘비대면 진료 이용현황’에 따르면, 약 90% 이상이 의료기관 방문에 어려움이 없는 20~40대로 집계됐다”라며 “또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84%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의료 취약지역인 군 단위의 이용자는 2% 수준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원칙적으로 비대면 진료는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계층이나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기자회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감염병 시기에 국민이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이미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라며 “다시 원점에서 돌아가 논의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경험이 쌓인 걸 바탕으로 어디까지 허용할 건지 네거티브 규제 정도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예를 들어 중증ㆍ초진인 경우 제한을 두거나 1일 비대면 진료 건수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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