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리2호기 중대사고 나면.." 원전 전문가의 시나리오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와 관련한 기자회견,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 김보성 |
[기사보강 : 18일 오후 6시 21분]
"부산 고리2호기에서 중대사고가 발생하면 인근에서 일주일 이내에 죽음에 이르는 조기사망자가 최대 165명에 이를 수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평균 8220명에서 3만 4700명에 달할 수 있다. 테러 등으로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가 나면 최대 633명의 조기사망자 피해가 발생하고,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 저장조 등이 파괴돼 화재가 나면 최대 76만 4천 명까지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숫자는 다소 구체적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노후원전의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인 한병섭 박사가 걱정스러운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한 박사는 18일 부산환경운동연합 등의 주최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기자간담회의 첫 번째 발제자였다.
"이때까지 못 보던 값, 당혹스러운 결과"
원전 관련 자료를 기반으로 사고 시나리오 연구를 진행한 한 박사는 "대외적으로 (원전으로) 사람이 얼마 이상 사망할 수 있다는 표현을 자제하지만,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이 결과가 포함돼야 한다"라며 숫자를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불편하더라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전 총량을 기준으로 한 주민위험도는 밀집 지역인 울산과 부산이 가장 높았다. 울산과 부산은 주민피폭평균선량(Sv시버트)이 각각 2.46, 1.982에 달했다. 이는 두 지역이 다른 곳보다 더 큰 피해를 받게 된다는 뜻이다.
한 박사는 "미국의 지침에도 중대사고 시나리오에 대한 결과를 공표하라고 돼 있다"라며 "이때까지 못 보던 값을 보게 되는 것으로 이는 당혹스럽고 놀랄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전제로 한 제한적 시나리오가 아닌 고의적 테러까지 모두 반영한 중대사고 영향 결괏값을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원전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8일부터 부산시 10개, 울산시 5개, 경남 양산시 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467쪽의 고리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절차를 개시했다. 공지한 사업은 '고리원자력 2호기 계속운전'이다. 원자력안전법은 노후원전을 계속 운전하려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평가 내용에 포함하도록 규정한다.
▲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와 관련한 기자회견,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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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박사는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10년씩 더 쥐어짜서 쓰겠다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정부와 한수원의 입장을 비판했다. 고리2호기 계속운전 운전 비용 3천억 원 중에서 주민에게 가는 13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안전에 쓰이는 예산은 1700억 원인데 그는 이 정도로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봤다. 교체설비 비용으로만 3~5천억 원이 투입된 고리1호기·월성1호기와 비교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그는 한수원이 선택적 정보만 공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미한', '원자로 소량 누출', ' 방사성폐기물 계통' 등 한수원이 공개한 평가서의 9개 유형을 보면 사고가 실제 어떤 피해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 한 박사는 "(오늘 발표처럼) 중대사고 사고 영향이 공표되면 원전 논란이 기술적 문제에서 환경사회적 문제로 변화하는 첫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계속운전 본격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수명연장과 지진 연관성에 대한 발제도 이어졌다. 지아이 지반정보연구소 소장 김성욱 박사는 "한반도가 과거엔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라며 "최근 지진으로 일반적인 용어가 된 활성단층 역시 고리2호기가 지어진 1970년대가 아닌 1990년대 들어서야 주목받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지진의 영향이 이들 원전의 건설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수명연장을 하려면 지진 위험과 이 단층에 대한 안전 기준부터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경주·포항 지진의 사례를 짚은 김 박사는 "지진위험도의 계산, 최대 가능 지진 예측을 위한 입력자료를 능가하고 있다. 국민이 공감하도록 원전 시설에 대한 안정성, 시설 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다수 호기가 운영 중인 만큼 "이 안전성 평가는 더 보수적으로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최한 환경운동연합 탈핵위원회와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를 토대로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이 과연 맞는 일인지 물음표를 붙였다. 정상래 부산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일본도 속수무책이었던 후쿠시마의 교훈을 어느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핵 만능주의 속에 대책 없이 수명연장을 한다면 언젠가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법에 명시된 수명연장 주기적안전성평가 제출 시한을 어긴 점, 방사선환경영향 평가 또한 주민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뒤늦게 시행하는 점 등 윤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한 상식, 공정,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고리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과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와 관련한 기자회견,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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