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 사망' 가해자, 살인 아닌 '준강간치사'..왜?

송태화 2022. 7. 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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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씨(20)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치사'다.

경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범죄 사실에 강간치사나 강간살인이 아닌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한 단과대 건물에서 같은 학교 또래 여학생인 B씨를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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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항거불능..준강간 적용돼"
"살인 되려면 고의성 여부, 경찰이 확인해야"
인하대 캠퍼스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이 17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A씨(20)에게 적용된 혐의는 ‘준강간치사’다. 준강간치사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했으나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 적용한다.

경찰이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범죄 사실에 강간치사나 강간살인이 아닌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8일 YTN에서 “‘준’자가 붙으면 피해 여성이 항거할 수 없거나 심신미약인 상태(였다는 뜻)”라며 “(현행법상) 강간이 성립되려면 피해자에게 폭행, 협박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확보한 사건 현장 인근 CCTV에는 당일 오전 1시30분쯤 A씨가 피해자 B씨를 부축한 채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이를 토대로 B씨가 항거 불가능 상태였다는 점이 인정돼 ‘준강간’이 됐다는 게 승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승 연구위원은 A씨에게 살인 혐의가 아닌 치사죄가 적용된 이유에 대해선 “만약 A씨가 고의로 B씨를 추락사를 시켰다면 살인이 되겠지만, 만약 옥신각신하는 와중에 B씨가 떨어진 것이라면 고의가 부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소장 변경이란 제도가 있는 만큼 (혐의가 입증되면) 언제든지 준강간살인으로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살인의 고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경찰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이 A씨에게 ‘너 이렇게 했는데 어떻게 이게 그냥 자연사냐, 옥신각신하다가 추락한 것이냐, 분명히 네가 의도적으로 사람을 민 거 아니냐’ 식의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받아낼 수도 있다”면서 “그건 경찰의 능력이고 경찰 수사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만약 혐의가 바뀌면 받을 수 있는 형량도 달라지는 것이냐’는 진행자 물음에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준강간치사지만 법령으로는 강간치사로 된다”면서 “강간치사 같은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만약 강간살인이 되면 사형하고 무기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5일 새벽 시간대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한 단과대 건물에서 같은 학교 또래 여학생인 B씨를 성폭행한 뒤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B씨는 사건 당일 오전 3시49분쯤 캠퍼스 안에 쓰러져 있다가 행인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그는 머리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찰은 5층짜리 학교 건물 안에서 성폭행을 당한 B씨가 3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A씨는 B씨가 숨지기 전 마지막까지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건물에서 떨어져 숨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를 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에선 A씨 진술을 토대로 살인이 아닌 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A씨가 고의로 B씨를 건물 밖으로 떠밀었다는 정황이 확인되면 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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