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게 朴탓" 文때처럼..'모두가 文탓' 尹정권도 치트키 수법
최근 여권이 비판 여론에 직면할 때마다 ‘문재인 정부’를 소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자 여권 내부에서조차 “전 정권 탓하는 일이 너무 잦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9급 행정요원 우모씨와 관련해 ‘사적 채용’ 논란이 커지자 18일 국민의힘은 또 일제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거론했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취업 문제에 대해서 국민들 관심이 있으니까 살펴보자고 하면 살펴볼 수 있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실 것까지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때 김정숙 여사 의상 디자이너 딸 (양모씨) 채용 때문에 (국민의힘이) 문제 제기를 했었고 그 때 박수현 홍보수석이 ‘청와대는 공모를 하는 게 아니라 신뢰나 보안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대부분 추천 채용을 한다’고 말했다”며 “(우씨나 양씨나) 똑같은 추천 채용”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청와대는 어땠는지 한번 묻고 싶다, 다 공개 채용을 했었는지”라며 “이런 걸 붙잡고 늘어지는 걸 보면 참 고약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15일 우씨 문제가 불거지자 페이스북에 “오히려 민주당에게 되묻고 싶다. 25살 청년을 청와대 1급 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은 공정한 채용이고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었느냐”고 적었다. 문재인 청와대에서 박성민 전 청년비서관(1급 상당)을 임명해 논란을 빚었던 걸 거론한 것이다. 권 대행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민주당에서 사적 채용으로 비난을 하고 있는데 정말 잘못된 프레임”이라며 “문 전 대통령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별정직이다. 채용 특혜란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안철수 “尹 지지율 낮은 건 문재인 5년 국민 분열 심했기 때문”
채용 문제뿐 아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 문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서 찾기도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은 지난 17일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역대 대통령은) 취임 초에는 지지율이 높았다. 왜 이번에는 다를까”라며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민 분열이 극단적으로 심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네 편 내 편 갈라져 싸워 지금까지도 (문제가) 지속돼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배현진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지율 관련해 여러 분석 중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지난 5년간 경제·외교·국방·보건 등 사회 전 분야에서 제대로 정부의 기능이 작용하지 않고 각종 부실 포퓰리즘 정책으로 양산된, 전방위에 걸친 부채 고지서가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폭탄 떠넘겨지듯이 넘겨졌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새로운 기대를 펼치기 전에 폭탄 제거반이 돼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는 ‘문재인 스탠더드’ 화법을 윤 대통령이 직접 사용했다가 논란을 낳은 일도 있다. 윤 대통령은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과 관련한 인사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반문했다가 여권 내부에서조차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문재인 정부를 소환하는 일이 잇따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개 비판이 제기됐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무너진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워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우리는 우리를 향한 비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 정권 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명단) 전체가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공개가 안 되는 건지”라며 “(대통령실) 자체 내부적으로라도 (대통령실 인사를) 전수조사해서 문제가 될 사람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비주류 진영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뭔 일만 있으면 박근혜 정부를 소환하는 ‘치트키(cheat key·게임을 유리하게 만드려는 수법)’를 쓰다가 결국엔 국민들이 그 모습을 지겨워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자꾸 문재인 정부 탓을 하며 문재인 정부를 닮아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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