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지막 24시간, 10명중 7명은 고통속에서 임종 맞았다
말기 암 환자 등이 응급실을 찾았을 때 10명 중 7명은 임종 하루 전까지 연명 치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부터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등 연명 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합법화됐지만 인생 마지막 24시간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 이들이 적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ㆍ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와 세종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정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8∼2020년 만성 중증질환에 의한 통증 등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사망한 성인 22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전까지 관련해 많은 연구는 병동과 ICU(중환자실)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연구팀은 응급실에 초점을 맞춰 분석했다.
대상 환자 222명 가운데 절반 이상(63.5%, 141명)은 암 환자였고 중위 연령(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할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은 74세였다. 68.9%(153명)는 자택에서 응급실로 온 환자들이었다.
연구팀이 임종 전 마지막 24시간에 받은 의료 서비스를 조사했더니 중증 치료를 받는 비율은 39.6%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심폐소생술(27.5%) ▶인공호흡기 치료(36.0%) ▶혈액 투석(0.5%) ▶체외막산소요법(에크모, 0.5%) 등이었다. 이런 치료를 받은 이들 대부분은 혈액 검사(92.3%)와 심전도 및 흉부 X선(81.1%) 검사, 항생제(64.9%)나 승압제(혈압을 높이는 약, 62.6%) 투여 등의 연명 치료를 받았다. 임종 전 24시간 동안 마약성 진통제 등 편안한 증상 조절을 받은 환자는 31.5%에 그쳤다.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연명의료계획서 등 사전돌봄계획을 논의한 환자는 21.2%(47명)뿐이었고 대부분(67.6%, 150명)은 응급실에 들어간 뒤 이 같은 논의를 했다. 이런 서류로 사망 전 본인의 의사를 밝힌 환자는 27.0%(60명)로 나타났다. 이들에 이뤄진 의료 행위를 살펴봤더니 증상 조절(86.7%)을 주로 받았지만, 중증 치료(13.3%)가 있기도 했다. 반면 연명 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하지 않은 환자(162명)에게선 절반 정도(49.4%)가 중증 치료를 받았다.
전반적으로 연명 의료 법정 서식을 작성하지 않고 사망하는 환자는 2018년 90.2%에서 2019년 53.5%, 2020년 27.6%로 매년 감소해 연명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2020년 기준 서식 작성자 비율을 보면 본인 29.3%, 가족 43.1%였다.
연구팀은 대상 환자들을 암 환자와 비암환자와로도 나눠서도 연명 의료 법정 서식 작성 현황을 살펴봤다. 작성 비율이 암 환자(72.5%)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응급실 방문 전 이런 사전 돌봄 계획을 논의한 비율 편차(암환자 28.4%, 비암환자 8.6%)도 컸다.
연구를 진행한 유신혜 교수는 “연명 의료 결정법 정착 이후 지난 3년간 연명 의료 결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응급실에서 임종 전 편안함을 위한 증상 조절을 받지 못하고 임종한다”며 “응급실은 특성상 최대한 소생 치료를 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환자들 입장에선 공격적 치료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해결할 곳이 없어 응급실에 왔다가 여러 처치를 받게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전 의향서 등 서식만 쓰면 존엄하게 돌아가셨을 거라 생각하는데 많은 환자는 서식을 써도 많은 처치를 받으면서 사망한다는 것이 연구에서 확인됐다”라며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 왔더라도 임종 증상에 가까운 경우 연명 의료를 원치 않는다면 불필요한 검사 및 처치를 줄이는 등 응급실 임종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기 중증환자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해주는 외래 완화의료 클리닉 등을 운영해 응급실 아닌 곳에서 임종을 지원하는 등의 적절한 서비스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BMC 완화의료학회지(BMC Palliative Care)’ 최근호에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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