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바다 건너지 말라" 에티오피아 뷰티퀸 죽음의 탈출기
국가를 대표해 수많은 이의 찬사를 받으며 화려하게 살던 그도 고국의 비극을 피할 순 없었다. 에티오피아 대표로 국제 미인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셀라마윗 테클레이 이야기다. 에티오피아 반자치주 티그라이 출신인 그는 내전을 피해 지난해 11월 목숨을 건 여정에 나섰다. 지금은 영국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그는 그러나 “절대로 바다를 건너려고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탈출기를 BBC가 17일(현지시간) 소개했다.
2주간 숲에 살다 보트 탑승…눈앞서 동족 익사
테클레이는 “2021년 11월은 내 인생에서 결코 잊지 못할 시기”라고 했다. 그가 내전으로 고통받는 고향 에티오피아의 티그라이 지역을 떠났을 때다. 처음엔 프랑스에 도착했다. 영국해협을 건너기 전까지 약 2주간 프랑스 칼레의 숲에서 생활했다. 추위는 극심했고 물과 음식도 없었다. 그는 “끝없는 고통이었다”고 했다. 밀수꾼들과 금액을 협상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밤에 보트에 타기로 했다.
테클레이에 앞서 티그라이 출신의 일행들이 첫 번째 보트를 타고 영국으로 출발했지만, 보트는 가라앉았다. 테클레이와 남은 일행들은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지만 돌아갈 곳은 없었다. 테클레이는 며칠 후 출발하는 두 번째 보트에 몸을 실었다. 사람을 가득 태우고 출발한 작은 보트의 엔진이 갑자기 바다에 빠졌고, 엔진을 주우려던 티그라이 남성은 바다에 빠져 결국 살아오지 못했다. 테클레이는 “내 눈으로 그의 죽음을 봤다”며 “내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테클레이 일행은 몇 시간 만에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그렇게 영국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또 다른 비보가 들려왔다. 그들을 뒤따라온 세 번째 보트 탑승자들이 테클레이가 고향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을 포함해 모두 익사했다는 소식이었다. 테클레이는 “이 여행을 시작할 때 나는 티그라이에서 겪은 고통보다 더 나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고향에서 끔찍한 일들을 보고 겪었기 때문”이라면서도 “누구도 절대로 바다를 건너려고 해선 안 된다. 너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기근·강간 난무…돈 인출도 불가
에티오피아 미인대회 우승자이자 패션 사업가로 남부러울 것 없던 테클레이에게 불행이 닥친 건 2020년 11월 내전이 발발하면서였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가 집권 후 티그라이의 통치세력인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의 연정을 해체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티그라이 지역의 전기와 식량 차단으로 이어졌다. 민간인 수천 명이 사망하고 200만여 난민이 발생했다. 테클레이는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 출신이다.
테클레이는 “모든 티그라이인들은 기근과 강간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고 나와 내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했다. 티그라이의 은행 계좌도 동결돼 아무도 돈을 벌 수도, 인출할 수도 없었다. 테클레이는 삼촌마저 살해되자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내 조국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며 “일 때문에 해외엔 자주 나갔지만, 그때마다 항상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평화”라며 “평화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동딸인 테클레이는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다. 테클레이가 모델이 되고 싶다고 하자 부모님은 반대했지만, 결국 16살 때 지역 미인대회인 ‘미스 버진 메켈레’에 출전하면서 꿈을 이뤘다. 2015년엔 에티오피아 최대 미인대회인 ‘미스 월드 에티오피아’를 거쳐 2017년 에티오피아 대표로 국제 미인대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서 입상했다. 이듬해 ‘미스 월드 뷰티 앤 탤런트’ 참가차 한국도 방문한 데 이어 중국에도 진출했다. 그런 그는 “우리의 모든 꿈은 산산이 조각났다”고 했다.
테클레이는 현재 영국의 공동 주택에서 생활하며 망명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절차가 끝날 때까지 영국에서 취업이나 이사 등은 금지돼있다. 그는 “영국 정부는 일부 남성 망명 신청자들을 르완다로 추방할 계획”이라며 “슬픈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민자들은 이 나라에서 안전한 삶을 얻기 위해 끔찍한 희생을 했다. 나는 어둠 속 항해가 어떤지 다 봤다”며 “모든 것은 계획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드라마 같다”고 토로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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