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게 강한 '원조 부촌' 방배 재건축..1만가구 동시다발 진행

정다운 2022. 7.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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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권 원조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 방배동 일대 재건축 구역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배5구역과 방배6구역이 이르면 7월 중 착공에 돌입한다. 이들 구역뿐 아니라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곳들이 사업을 모두 완료하면 방배동 일대가 1만가구 주거촌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방배동 946-8번지 일대 방배6구역은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착공을 위한 막바지 협의 중이다. 이르면 7월 중 서초구에 착공계를 낸다는 계획. 방배5구역은 지하 3층~지상 최고 33층, 29개동, 3080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적용된다.

올여름 착공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올 초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한 방배6구역도 7월 중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6구역에는 지하 4층~지상 최고 22층, 16개동, 총 1079가구 규모의 ‘래미안원페를라’ 아파트가 들어선다.

방배동 재건축 시장은 5구역과 6구역이 곧 착공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앞서 두 사업장은 적잖게 부침을 겪어서다. 5구역은 당초 지난해 4분기 첫 삽을 뜨려다가 공사 부지에서 오염토가 검출되면서 반년 넘게 착공이 미뤄졌다. 6구역의 경우 2016년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공사비 증액 문제 등을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해 9월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삼성물산과 수의 계약으로 시공 계약을 맺었다.

우여곡절 끝에 착공을 앞둔 5구역 일반분양가는 전용 59㎡ 기준으로 11억~12억원, 전용 84㎡ 기준으로 15억~16억원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단지에서만 1686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예정돼 있다. 6구역도 전용 84㎡ 일반분양가가 15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두 곳은 입지는 조금 다르지만 지하철 4·7호선 환승역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사이에 위치했다. 단지 인근 서리풀터널로 진입해 강남 업무지구로 이동하기가 편리하다.

5구역, 6구역뿐 아니라 최근 방배동에서는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사업이 모두 끝나면 방배동에만 1만1000가구 넘는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

방배15구역은 올 초 정비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방배15구역은 그동안 정비구역 지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사업지에 용도지역 제1종, 제2종(7층), 제2종이 섞여 있다 보니 주택·건물 소유주마다 이해관계가 달라서다. 그동안 용도지역과 건축계획 등을 협의·조정해오다가 올 1월 서울시가 제2종 7층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지하 3층~지상 19층 아파트 318가구를 짓는 방배7구역도 지난 5월에야 정비계획 변경안이 확정됐다.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7호선 내방역과 가깝고, 서리풀터널로 접근하기 쉬운 입지다.

방배13구역과 방배14구역의 경우 이주가 어느 정도 완료돼 철거가 진행 중이다. 2호선 사당역과 방배역 사이에 위치한 13구역과 14구역은 올해 안으로 이주와 철거를 마치고 일반분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3구역은 GS건설이 시공을 맞아 2296가구 규모 ‘방배포레스트자이’를 짓는다. 14구역은 지난 3월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는데, 201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8년 만에 정비계획이 통과됐다. 총 487가구 규모로 지어진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는다.

방배동 일대 정비사업은 단독·다가구주택,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을 중심으로 진행되기는 하지만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 사업이다. 단독주택이 밀집하기는 했어도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양호하다 보니 주택만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짓는다는 점에서 재개발과는 차이가 있다. 저밀도 아파트 단지 재건축 사업과 비교해 노후도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아도 돼 사업 속도가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방배동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한 단지가 상당수라 관심이 높다. 2017년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었는데, 방배동에서는 5·6·13·14구역이 기한 전 신청에 ‘골인’했기 때문이다.

거래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원은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1가구 1주택 세대가 10년간 보유했거나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조합설립 이후 3년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못했거나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착공하지 못하는 등 일부 조건에 해당되면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방배5·6·13·14구역은 모두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간 착공을 못해 거래가 일시적으로 풀린 상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투자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인데 방배동에는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수요자들 관심이 은근히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배동 남쪽(방배3동) 일대에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방배신동아(493가구)’는 올 하반기 사업시행인가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7개동, 843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삼호3차(12·13동)의 경우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인데 119가구(예정)로 단지 규모는 작지만 9호선 구반포역이 가까운 역세권 입지다.

방배동 곳곳에서 주택·아파트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조합원 매물에는 십억원대 웃돈이 붙어 있다.

아직 사업 초기인 방배14구역에서는 25평과 33평 아파트를 2채 분양받을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이 27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매물의 권리가가 14억6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웃돈만 12억8300만원인 셈이다. 이후 이 입주권을 가진 조합원은 1억8500만원(예상)을 추가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아파트 2채를 받는 총 투자금액이 29억3500만원(매매 가격+추가 분담금)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사업이 완료된 ‘방배아트자이’에서는 전용 59㎡가 17억원(지난 4월 26일), 전용 84㎡가 24억원(지난해 7월 12일)에 거래된 바 있다.

방배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 6억4000만원(예상)을 내면 39평 아파트가 배정되는 방배5구역 매물은 20억5000만원에 나온다”며 “그동안 노후 주택이 많아 강남권 입지임에도 저평가돼왔지만 재건축 사업이 완료되면 고급 주거지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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