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흥행 홈런..신바람 난 '통신 공룡' KT
‘통신 공룡’ KT가 약세장에서 뜻밖의 선전으로 자본 시장에서 주목받는다. 구현모 KT 대표이사(사장)가 그리는 KT의 탈통신 전략이 차근차근 실행되는 것을 시장이 높이 평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13일 기준 KT의 최근 3개월 주가는 15%가량 올라 코스피를 압도했다. 주가 순항의 비결은 실적과 미래 전략이다. 디지털 플랫폼 전환을 선언한 이후 신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면서 지난 1분기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2분기도 1분기에는 못 미쳐도 1년 전보다는 호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에는 부동산 매각 차익 등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고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로는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럼에도 전년 동기 대비로는 2분기 연결과 본사 영업이익이 각각 8%, 17% 성장한 5156억원, 4106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호실적에 주가가 즉각 반응하면서 KT 시가총액은 2013년 6월 이후 10년 만에 종가 기준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중 가격 기준으로는 지난 5월 31일 3만8500원으로 시총 10조원을 터치했으나 종가 기준으로는 유지하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KT의 목표주가로 4만원대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2020년 3월 취임한 구 대표의 사업 다각화 전략이 시장에서 호평받은 결과로 보고 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KT그룹 조직 전반에 혁신 DNA를 전파하는 데 주력했다. 구 대표가 꺼내든 화두는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전략이다. 그는 2020년 10월 디지털 혁신의 중요한 열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Cloud) 등 ‘ABC’ 성장 전략을 화두로 꺼내며 플랫폼 기반 기업 간 거래(B2B) 산업 투자에 나섰다. 이후 KT의 디지코, B2B 사업 매출은 2020년 1분기 1조400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6000억원으로 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8%에서 41%로 늘어났다.
특히 KT가 공을 들이는 분야는 미디어 사업이다. KT는 지난 4월 7일 KT스튜디오지니, skyTV와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연 미디어데이에서 콘텐츠 사업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원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콘텐츠 기획·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뼈대다.
최근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콘텐츠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의 흥행으로 KT의 미디어 전략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우영우는 KT의 OTT뿐 아니라 넷플릭스 제휴로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중이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주간 차트에서 글로벌 1위에 오르는 등 매회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해외에서도 흥행 조짐이 뚜렷하다.
우영우의 대박으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KT는 KT스튜디오지니만의 ‘메가 히트작’을 내놓는 데 주력한다. KT는 지난 5월 선보인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를 시작으로 내년 방영을 위해 기획 중인 작품까지 모두 24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skyTV는 ‘강철부대’ 등 오리지널 예능 성과를 바탕으로 3년간 총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OTT 시장 1위 노려
이목이 쏠리는 대목은 CJ ENM과 KT의 각 사 OTT인 티빙과 시즌 간 통합이다. 양 사는 지난 7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두 OTT 서비스를 합병하기로 했다. 티빙(CJ ENM)이 시즌(KT)을 흡수합병하고 시즌의 100% 지분을 보유한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다.
티빙과 시즌의 합병은 국내 OTT 시장에서 경쟁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티빙은 지금까지 국내 OTT 1위 자리를 두고 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함께 설립한 웨이브와 피 말리는 점유율 경쟁을 벌였다. 티빙과 시즌의 통합으로 국내 OTT 1위를 기록 중인 웨이브에 맞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합병 후 단순 합산한 월간 활성 이용자는 560만명으로, 웨이브(424만명)를 앞지른다. KT 모바일 유료 가입자가 2230만명(1분기 기준)이고 신규 가입자 수도 월별로 40여만명에 달하므로 KT 고객을 대상으로 통합 OTT 앱을 기본 제공한다면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플랫폼 가치도 증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통합 과정에서는 중복 기능 조정과 콘텐츠 수급 측면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합으로 OTT는 1개로 합쳐지지만 양 사 간 중복 회원을 감안하면 월간 활성화 사용자의 실질적인 규모는 단순 합산 수준보다 적을 수 있다. 콘텐츠 협력을 위해 KT와 CJ 간 중복 기능 조정도 주요 이슈다. 가령, 스튜디오드래곤과 KT스튜디오지니 모두 드라마 제작사라는 점에서 역할이 다소 겹치지만 OTT 운영사 입장에서는 두 곳의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 자회사인 SkyTV는 예능 제작이 메인이므로 역할 중복 정도가 덜한 편이다.
KT는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이 본격화하면 미디어 플랫폼 가입자 확대를 기반으로 매출 증대 등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조6000억원 수준의 그룹 미디어 매출을 2025년 5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KT그룹의 콘텐츠 제작 역량이 강화되면서 미디어 사업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KT의 OTT인 시즌과 CJ ENM의 티빙이 통합한 OTT가 출범함으로써 CJ그룹과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전략적 제휴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밑그림을 그렸다.
단,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 사업은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한두 편 흥행 대박을 쳤더라도 후속작에서 똑같은 수준의 흥행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투자·제작하는 매 작품마다 흥행 확률은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 선두 작품의 흥행으로 후속작에 대한 눈높이가 잔뜩 높아진 상황에서 흥행 실패작이 잇따를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은 위협받을 수 있다.
미디어 등 비통신 사업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조직 전략도 첩첩산중이다. 비통신 사업 안착을 위해서는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부마다 차별적인 조직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구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처음 ‘지주형 전환’ 가능성을 공개 언급한 데 이어 최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간담회 이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지주형 회사는 내부적으로 현재 검토 중에 있고 컨설팅도 진행 중에 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 정도면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KT는 SK그룹 등 신사업 자회사 분할·지주회사 역할 고도화 트렌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 KT를 일종의 투자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나머지 통신, 미디어, 클라우드, 콘텐츠, 금융 등 핵심 사업부별로 분산, 배치하는 식이다. 크게 보면 KT를 최상위 지주사로, 물적분할을 통해 그 아래 각 핵심 사업부를 총괄하는 중간 지주사를 두고, 그 밑으로 사업회사를 줄줄이 배치하는 그림이 될 전망이다. 법적 지주사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배구조를 정비해 선단식 소그룹 체제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가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를 담당하는 핵심 계열사로, 지니뮤직·스토리위즈·현대미디어 등 관련 자회사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이사회는 물론 주요 국내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이슈”며 “수많은 허들을 넘으려면 물리적 시간 확보가 절실하므로 내년 3월 구 대표 임기 만료 전 연임을 위한 그룹 안팎의 입지를 다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8호 (2022.07.20~2022.07.2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