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밥 오르자 '편·도'로 발길 돌린다"..3분기, 마트·수퍼 울고 편의점 웃을듯

고석현 2022. 7.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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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 도시락 매대에 직원이 상품을 채워넣고 있다. 최근 도심 점심 값이 1만 원에 육박하는 등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 심해지면서 ‘가성비’ 좋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패스트푸드, 샌드위치 등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스1]


“요즘 점심에 설렁탕 한 그릇만 먹어도 1만5000원이 넘어요. 여기에다 대출이자 부담도 늘어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는 게 화두입니다. 점심은 ‘편·도’(편의점 도시락)로 해결합니다.”

18일 중앙일보와 통화한 회사원 이모(30대)씨는 이렇게 ‘짠돌이 모드’로 돌입한 사연을 전했다. 물가 고공행진에 고금리가 겹치자 직장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경기 전망에도 ‘먹구름’으로 전달된다. 유통 업태 간 표정도 갈라진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가 84로 나타났다. 지난 분기 대비 15포인트 하락했다. 2010년 이후로는 코로나19 충격에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2020년 2분기(-22포인트)에 이어 낙폭이 두 번째로 컸다. RBSI가 100 이하면 지난 분기보다 경기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코로나19 엔데믹 기대와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살아나던 유통 업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은 것이다. 물가 상승에 더해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단행으로 금리까지 올라,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꺾인 탓이다. 실제로 편의점을 제외한 온·오프라인 쇼핑 업태의 경기전망이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 측은 “가파른 물가·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소비 심리와 소비 여력이 줄어든 탓”이라며 “하반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돼 이런 전망치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화점은 선방…고소득층 ‘럭셔리 소비’ 계속


온·오프라인 유통 업태가 대부분 지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수퍼마켓이 지난 분기 99에서 3분기 51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백화점(111→97), 대형마트(97→86), 온라인쇼핑(96→88) 등도 하락을 면치 못했다.

다만 편의점은 지난 분기 96에서 3분기 103으로 업태 중 유일하게 기준치를 상회했다. 외출·야외활동 등 확대로 유동인구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여기에 외식 물가가 높아지며 가성비(가격 대비 우수한 구성) 좋은 ‘편·도’나 간편 식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기대감을 키웠다.

백화점은 체감 경기 하락에도 선방할 것이란 예상이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 럭셔리 소비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고, 야외활동 증가로 패션 부문 매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형마트는 생필품 가격이 오르며 부담이 커진 중산층·서민층이 장보기를 최소화한 탓에, 수퍼마켓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사이에 끼어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온 온라인쇼핑도 일상이 회복하며 두 분기 연속 기준치를 하회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할인·프로모션 확대하고…온라인몰 강화


그렇다면 유통업계는 이 같은 소비 심리 위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업계에선 대응책으로 ‘가격 할인 등 프로모션 강화’(2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온라인 강화(22.8%), 비용 절감(20.2%), 점포 리뉴얼(9.2%)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최근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34.2%), 소비 위축(27%), 인건·금융·물류비 등 비용 상승(18.8%) 등을 차례로 들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금리·물가가 뛰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돼 당분간 소비 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기 변동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가격·상품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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