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빼고, 반찬 줄여도 버겁다.."이러다 무료급식 끊기겠네"
"반찬 수도 줄고, 소고깃국은 갈수록 구경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네."
지난 14일 오전 11시 부산시 서구 아미동 연탄은행 무료급식소. 점심을 먹던 노인들은 "요즘 달라진 급식을 보면서 물가 인상을 실감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급식소 내 45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대부분 70~80대 어르신이었다. 메뉴는 제육볶음과 양배추쌈·해파리냉채·김치와 들깻국 등이었다. 정모(78)씨는 “이러다 급식이 끊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하기도 했다.
홀과 주방을 오가며 급식을 준비하던 강정칠 부산연탄은행 대표는 “최근 몇 개월간 물가가 폭등해 무료급식을 감당해 내기가 버겁다”며 “돼지고기 반찬은 일주일에 2~3회에서 1회로 줄였고, 간혹 올리던 소불고기 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치값만 2배 가까이… 12년 이어왔지만 버티기 어렵네요”
부산연탄은행은 2010년부터 아미동 일대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했다. 연탄은행이 주로 하는 일은 취약계층 대상 무료 연탄 배달이다. 연탄은행은 오랫동안 연탄을 배달하며 지역 사정을 알게 되자 급식을 하게 됐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 일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급식은 연탄은행 개인 또는 기업 후원금 등으로 마련된다. 이날 점심값은 봉사단체인 부산 중구 '팔각회'가 지원했다.
이곳 연탄은행은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날마다 250인분의 음식을 준비한다.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 많아 음식이 남는 날은 거의 없다고 한다. 급식 시작 10분전인 10시50분부터 급식소 앞은 장사진을 이룬다. 깨끗한 실내 공간에서 양질의 급식을 내놓다 보니 연탄은행 급식소는 지역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급식을 하지 못할 때는 400인분 도시락을 배달했다.
지난 6월 2년만에 대면 급식이 재개됐지만, 물가가 폭등하며 위기를 맞았다. 강 대표는 “매일 식판에 오르는 김치값이 코로나19 이전 10㎏ 2만원에서 최근 3만5000원까지 뛰었다. 본래 김치 이외에도 나물 등 반찬 3가지를 따로 마련했는데, 요즈음은 김치를 포함해 3찬을 겨우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김치는 물론 식용유부터 깻잎·육류 등 식자재값이 줄줄이 오르자 메뉴에서 소불고기 등은 빼고 돼지고기 제공 횟수도 줄였다. 그런데도 하루 식자재값이 최근 한 달 새 40만~50만원 선에서 70만~100만원까지 올랐다. 강 대표는 “연탄은행 무료급식은 단순히 ‘공짜밥’이 아니라 지역 어른들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파악하는 수단"이라며 "메뉴를 조정하더라도 급식은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찬 줄여 ‘일품요리’ 고육책, 코로나19 재확산도 변수
부산진구 부암동 일대 노인에게 매주 일요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재)그린닥터스도 물가 폭등 때문에 걱정이다. 그린닥터스는 2016년 5월부터 250여명에게 급식을 해왔다. 무료급식이 드문 주말에 끼니를 걱정하는 노인들을 위해서다. 이경은 그린닥터스 무료급식단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급식 준비 비용이 2.5배 뛰었다. 지난달 대면 급식 재개 이후 반찬을 줄이려 곤드레·콩나물밥과 카레 등 간단한 요리를 대접하고 있다”고 했다. 이 단장은 이어 “날씨가 더워져 실내 급식을 계획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어 급식을 이어갈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올랐다. 전국 평균 기준으로 6월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그중 축산물과 채소류는 각각 10.3%, 6% 뛰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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