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민주당 사랑법'.. "수모당해도 할 말 한다"
[박정훈, 박소희, 남소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남소연 |
'변방에서 중심부로 가기를 희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방을 새로운 중심부로 만들겠다.'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재선, 서울 강북을)의 '정치적 야심'이다. 진보정당 출신 비주류인 그가 걸어 온 길과 걸맞은 생각이다. 그는 오롯이 자신의 의정활동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 제정을 주도하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와 현대차 리콜 및 무상 수리를 이끌면서 '재벌 저격수'로 이름을 높였다. 지난 대선 당내 경선 때도 완주하면서 본인의 존재감을 더욱 분명히 했다.
다만, 박 의원을 향한 당내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모두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서다. 그의 쓴소리는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은 실용주의자'란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지만, 당내에서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지금 당권에 도전하는 입장에선 불리한 요소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비주류의 반란'을 꿈꾼다. 그는 지난 6월 30일 기자간담회 때도 "당심과 민심이 바라는 것은 완전히 달라진 민주당이 되라는 것 아닌가. 그러면 이전부터 민주당과 다르게 생각하고 말해왔고 행동해왔던 사람이 혁신의 깃발을 들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관련 기사: 박용진도 나간다 "이재명 나와라, 세게 붙자" http://omn.kr/1zlma).
박 의원은 지난 15일 오후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은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며 박용진은 승리의 광장으로 가는 길'"이라면서 (탄핵연합의) '잔류 민주'가 아닌 '이탈 민주'를, 나아가 중도·보수의 표를 가져와야 하는 외연 확장의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전당대회는) 인기투표가 아니다. 승리를 갈구하는 민주당과 중앙위원들의 갈망이 있다. 전략적 선택이 있을 것"이라며 '이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 망가지면 대선 출마 무슨 의미... 수모당하더라도 할 말 한다"
-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궁금하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 워크숍 이후에서야 결심이 섰다고 들었다.
"(국회의원) 워크숍의 '취중진담'이 계기였다. 의원들이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망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또 지면 어떻게 하냐' 이런, 당에 대한 걱정과 우울함을 토로했다. 사실 나는 다음 총선에서 3선 하고, 그다음 대선에 다시 도전하는 데만 꽂혀 있었다. 그런데 '당이 망가진 뒤에 5년 뒤 재도전이 어디 있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 마침 그 다음날엔가 (6.1 지방선거) 청년 낙선자들을 만났는데 내가 감당할 일이 있겠구나 싶었다."
- 2011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이후 두 번째 당권 도전이다. 그때의 마음가짐과 무엇이 다른가.
"그땐 쟁쟁한 당의 지도자들에게 의지하면서 내가 할 역할을 찾겠다는 마음이었다. '1인 2표제'였는데 1장은 진중에 있을 유비에게, 1장은 진중을 박차고 나가 싸울 조자룡, 즉 박용진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전체 전쟁을 총괄해야 할 이순신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지금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엉망이니깐, 이렇게 하면 돼', 민주당이 이런 '센 목소리'에 끌려가면 또 다른 패배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바다가 이순신의 '명량' 바다가 아니라 원균의 '칠천량' 바다일 수 있다. 그냥 이대로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어대명'이라고 하는 체념은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고, 박용진은 국민이 기다리는 승리의 광장으로 가는 길이다."
- 당시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얼마나 다른가?
"진보정당에서 활동하던, 갓 나이 마흔을 넘어선 젊은 사람에게도 당시 민주통합당 중앙위원들이 길을 열어준 것 아닌가(기자 주 : 박용진 의원은 당시 15명 중 9명 안에 드는 예비경선을 통과했다). 승리를 갈구했고 개방적이고 훨씬 포용적이었다. 지금 민주당은 '내부 지향적인' 정당으로 자꾸 쪼그라들고 있다. 탄핵 정치연합이라 하는 '최다 연합'이 무너지면서 중도와 보수층이 이탈했다. 현재 민주당은 '잔류 민주'라고 표현되는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만 작동한다.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남소연 |
- 당내에서 '내로남불' 문제를 많이 지적했다. 본인은 그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
"나한텐 '가을서리'처럼, 남한테는 '봄바람'처럼 대하라는데 거꾸로 됐다. 국민은 그런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부동산 문제 관련,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건 정책적인 실패도 있지만 태도의 문제다. 젊은 사람들 집 사려고 하는데 정부는 대출을 막고서 하는 소리가 '집은 사는 곳이지 사는 것이 아니다'고 하질 않나, 청와대 직을 버리고 (1가구) 2주택을 지키려고 간 사람도 있다. 그래서 지탄을 받았던 거다. 당대표가 된다면, 지도부부터 기존에 했던 약속을 지키고 태도를 다르게 가져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확 달라진 민주당'은, 당의 고비 때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했던 박용진이 당대표가 됨으로써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계파정치, 악성 팬덤의 문자 폭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뭘까.
"팬덤은 좋은 거다. 하지만 악성 팬덤과 정치 훌리건이 문제다. 당 소속 의원을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고, 그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라 본다. 5년 넘게 그런 일을 겪었지만, 당은 한 번도 대응한 적이 없다. '이러지 마라' 정도가 아니어야 한다. '우리 당의 소중한 소수 의견이다. 우리 당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싶냐',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당원들의 참여공간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더 넓혀야 한다. 특히 지역위원회 활성화가 중요하다. 지역위원회가 (당원)교육의 주체여야 하고, 지역위원회의 '도장'을 받지 못한 사람은 공직에 못 나와야 한다. 당원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더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공간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기고 싶은 욕구가 박용진으로 '전략투표' 하게 만들 것"
- 박용진의 '능력'보다 '리더십'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다양한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 당내 비주류로서 힘들 것이란 얘기다.
"궤변이다. 계파 지원을 받아서 당대표 된다고 통합할 수 있나. 오히려 박용진이 열린 태도로 당직 임명권을 개방하고, 계파 활동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되 책임을 분명히 하는 방식으로 '투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민주당답다. 내가 당대표가 되면 이재명 의원과도 협력하고 친문세력과도 협의하고 총선 승리해서 반드시 다음 정권을 되찾아올 거다. 그게 리더십이다."
- 세력이 없다는 지적도 매번 나온다. 예비경선(중앙위원 70%-여론조사 30%) 통과는 자신하나?
"중앙위원들의 집단지성과 전략적 선택을 믿는다. 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다 합의했는데 계파 따라 찍는다? 민주당이 그렇게 실력이 없거나 망가지지 않았다 생각한다. 비주류지만 국민 민심을 얻어서 (여론조사) 2위까지 올라온 사람이 본선 3위 안에 못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면 박용진도 망신이지만 당도 망신이다. 승리를 갈구하는 당의 갈증, 중앙위원들의 갈망 이런 것들이 이변을 만들어낼 것이라 본다. 지금 한 표를 얻기 위해 간절하게 전화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 '어대명'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다. 본선에서 대의원·당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
"그래서 인기투표가 아니라 전략적 투표를 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기는 정당을 만들고 싶은 당원과 대의원들의 욕구가 넘쳐나도록, 박용진으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만들겠다. 국민의힘이 어떻게 집권당이 됐나. 탄핵을 찬성했던 이준석이란 청년을 당대표로 밀어 올렸고, 자당 출신 대통령 2명을 감옥에 보낸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밀어 올려서 가능했다. 우리 당원들의 승리하고 싶은 마음이 국민의힘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을 '확장성'이라고 얘기한다. 당대표가 된다면 중도, 나아가 보수 세력까지 포용할 묘안이 있나.
"이재명 의원이 '안방 대세론'이라면, 박용진은 '확장 대세론'이다. 저기가 '어대명'이라면 나는 '확장박' 그렇게 가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이탈 민주'를 데려와서 복원해야 한다. 다른 당 지지자들 표도 가져와야 한다. 정권을 운영하고 잡으려면 연대·연합이 필연적이다. 탄핵정치연합 이뤘을 때 (민주당이) 모든 선거에서 다 이겼다. 이걸 우리만의 실력인 줄 알았던 게 문제다. 권력을 나누거나, 다당제로 나아가는 정치개혁을 하지 않았다.
우리끼리 승리를 만끽하다가 어느 날 보니 우리에게 실망한 중도층과 보수층이 이탈해서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선 직전에 '다당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 아니냐.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박용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당을 '연대·연합'으로 끌고 갈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 남소연 |
- 정치 개혁을 위해선 선거 제도 개혁도 필수 과제로 꼽힌다.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나.
"우리가 국민 앞에 약속했던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당제 정치로 간다고 했다."
- 당대표가 된다면 다당제 정치개혁안 지켜나갈 생각인가?
"쉬운 일은 아니다. 당에서 반발할 수도 있고, 저쪽 당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살 길이다. 지금처럼 거대 여야 정당이 서로 '너 망해라, 그럼 내가 잘 산다', 이런 식으론 되어선 안 된다. 내가 잘해서 점수를 따야지, 상대가 못해서 점수를 따는 정치가 되어선 안 된다."
- 그렇다면 비례 의석 늘리고 지역구 의석 줄이는 방안에도 동의하시나?
"그게 다당제와 정치 다양성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민주당만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의 정체성은) 당헌·당규와 강령에 다 담겨져 있다. 그런데 견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병욱 의원은 재벌개혁과 금산분리 원칙을 빼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다. 정치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권력이 독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벌개혁은 재벌과 대기업에 권한이 집중된 상황에서 몇 가지 제도장치를 만드는 것이지 재벌 총수 일가들을 벌주자는 게 아니다. 금산분리 원칙도 산업자본이 금융자본까지 다 지배해서 경제 전체에 엄청난 위기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다.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자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김병욱 의원은 이재명 의원의 측근이신데 이재명 의원도 같은 생각일까 궁금하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란 말도 바뀌어야 한다. 중산층은 이미 무너졌고 양극화도 심화됐다. 민주당은 '선진국 대한민국'에 초대받지 못한 국민들에 대한 사회연대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 사회보장제도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조차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이 수백만 명이다. 그들과 함께하고, 그들에게도 중산층으로 가는 사다리 만들어줘야 한다. 내 집, 내 차 마련, 자녀 건강과 노후 건강 이걸 이뤄주는 게 민주당이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민주당이 실력 발휘하고 진심을 인정받아야 한다."
- 당 대표의 '공천권' 역시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논쟁거리다. 공관위를 선거 1년 전에 출범시킨다고 이야기했는데, 구체적인 안을 설명해달라.
"서류도 제대로 못 읽어보고 (공천을) 심사하는 경우가 많다. (6.1 지방선거에 나선) 청년 후보자들이 '예측 가능성이 너무 없다. 무슨 서류,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얘기를 안 해준다'고 하소연하더라. 이게 다 선거에 임박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보) 등록 직전까지도 경선하는 경우도 있다. 저도 그랬다. 2016년 총선 때 현역 의원과 경선해야 하는데 경선 룰이 한 달 전에 바뀌었다. 그래서 (공천을)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갖고 1년 전부터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솔직히 생각해보자. 1년 전부터 준비하지도 않은 사람이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이 된다는 거, 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1년 전에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려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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