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소송인생" 승소 또 승소해도, 교수는 2664일째 '해임'

소중한 2022. 7. 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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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립대 '교수 부당해임' 사건 - 상] 그는 왜 강의실 대신 법정에 드나들어야 했나

[소중한 기자]

 해임처분취소 소송, 재임용거부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2015년 4월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7일 지난 7년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소중한
 
2664일.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교수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날짜(7월 18일 기준)다. 그는 재판에서 네 번이나 이겼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전 교수'로 남아 있다. '해임을 취소하라', '재임용 거부를 취소하라'는 여러 차례 법원의 판결에도 전남도립대는 김 전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해임 후 7년 3개월이 지난 6월 30일에도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했다. 김 전 교수의 네 번째 승소였다.

"주문. (피고 전라남도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 대법원 제1부

전남 담양에 있는 전남도립대는 전라남도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공립대학이다.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의 인사말엔 "200만 도민과 전라남도가 함께하는 전남도립대에서 여러분의 꿈과 미래를 위해 새롭게 도전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김 전 교수는 유아교육을 전공해 교사로 활동하다 전임강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로 근무했다. 7년 넘게 교수로 근무하던 그가 2015년 4월 2일 해임된 계기는 해임 5개월 전 제출된 학생 4명의 진정이었다.

지난 7일 광주에서 만난 김 전 교수는 "표적·보복 해임"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유아교육 전공 교수가 거의 없던 저희 과에서 엄하게, 욕심껏 가르치려다보니 학생들의 민원이 종종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지장이 찍혀 있는 자필 '사실확인서' 한 장을 내보였다. 진정을 냈던 학생 중 한 명이 약 4년 뒤인 2018년 4월에야 "악한 심정을 갖고 허위사실을 적었다"고 진정 내용을 번복한 내용이었다.

이 학생은 "(2014년) 12월 경 강의실 책상자리에 A4 용지가 있었으며 누군가 김애옥 교수님께 불만이 있으면 적으라고 말했다"며 "(김 전 교수가 진행한) 모의수업이 너무 힘들어서 그 불만을 허위사실로 적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애옥 교수님이 많은 고통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그땐 어려서 생각이 짧아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으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임 취소 소송] "균형 잃은 과중한 징계"
 
 전남 담양에 위치한 전남도립대.
ⓒ 소중한
 
학생 4명의 진정을 토대로 진상조사위원회를 연 전남도립대는 2015년 3월 4일 ▲ 수업시간표 임의 변경 ▲ 성적입력 기간 미준수 ▲ 부실한 수업 ▲ 부적절한 발언에 따른 해교 행위 ▲ 진정서 제출 학생 회유 등을 이유로 김 전 교수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토대로 징계위원회는 3월 16일 김 전 교수의 해임을 의결하고 이를 4월 2일 김 전 교수에게 통지했다.

법원은 김 전 교수의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김 전 교수는 2015년 9월 16일 해임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김 전 교수, 피고는 전남도립대 교수의 임면권을 가진 전라남도지사였다. 1·2심 재판부 모두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고, 피고의 상고 포기로 2017년 8월 31일 판결이 확정됐다. 해임으로부터 882일이 지난 뒤였다.

재판부는 ▲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 일부 인정되는 징계사유로 해임까지 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진정을 낸 학생 중 한 명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했음에도 재판부는 "◯◯◯(진정을 낸 학생)의 증언만으론 (일부 징계사유를) 인정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의 2심 판결문 중 일부다.

"진상조사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유아교육과 학생명단을 기초로 학생 3명에게 전화해 사실여부를 확인했으나 (중략) 비위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학생들에게 질문하면 '네', '들어보았다' 등 단답식으로 답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중략) 유아교육과 학생 또는 졸업생 35인(판결문엔 실명이 적힘)이 원고(김 전 교수)를 위해 비위행위의 전부 또는 일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확인서·탄원서를 작성했다. 학생들 중 소수에게만 전화조사를 해 비위행위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만으로는 비위행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김 전 교수의 징계사유 중 두 가지(▲ 수업시간표 임의 변경 ▲ 성적입력 기간 미준수)만 인정했다. 학칙 '2시간 초과 연속강의 금지, 주 4일 이상 강의 편성'을 지키지 못한 점과 성적열람 및 이의신청 기간 마지막 날에야 성적을 입력한 점이었다. 하지만 ▲ 부실한 수업 ▲ 부적절한 발언에 따른 해교 행위 ▲ 진정서 제출 학생 회유 등의 징계사유는 인정하지 않으며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인정된 두 가지 징계사유를 두고도 김 전 교수는 "학교 특성상 학생 상당수가 광주에 거주했기 때문에 학생들과 상의해 수업시간표를 편성한 것"이라며 "성적 입력의 경우 늦긴 했지만 학생들의 이의신청 기회를 박탈하진 않았다"라고 밝혔다.

[재임용 거부 취소 소송] "부당하게 못 받은 점수"
 
 해임처분취소 소송, 재임용거부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2015년 4월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지난 8일 전남 담양에 위치한 학교의 유아교육과 건물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 소중한
 
882일 만에 '해임 부당' 판결문을 받아든 김 전 교수는 "당연히 학교로 돌아갈 줄 알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전남도립대는 위 소송 중 임용계약이 만료된 김 전 교수를 상대로 재임용 심사를 진행했고 2017년 12월 27일 그의 재임용을 거부했다. 앞서 법원이 '해임까진 과도하다'고 판단한 징계사유 두 가지에다가 다른 사유까지 덧붙여 "재임용이 부적격하다"고 판정한 것이다.

이는 4개월 만에 위법한 것으로 판정됐다. 2018년 4월 11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 권한을 가진 전라남도지사가 아닌 전남도립대 총장에 의해 재임용 거부가 이뤄진 점 ▲ 김 전 교수에게 실질적이고 충분한 의견진술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재임용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전남도립대는 재차 김 전 교수의 재임용을 막았다. 이번엔 연구업적검증조사위원회를 열어 김 전 교수의 저서·논문에 문제가 있다고 결론낸 뒤 2019년 8월 20일 ▲ 연구실적물 기준 미달 ▲ 재임용 적격점수 미확보 등을 이유로 재임용을 거부했다.

김 전 교수는 또 재판(재임용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이어가야 했다. 2020년 3월 6일 소송을 제기한 그는 약 10개월의 재판 끝에 1심에서 패소(2021년 1월 7일)했지만, 다시 1년 넘는 재판을 거쳐 2심에서 승소(2022년 2월 10일)했다. 이는 앞서 해임처분취소 소송 1·2심 승소 이후 세 번째 승소였다. 

2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김 전 교수의 재임용 거부 근거였던 ▲ 연구실적물 기준 미달 ▲ 재임용 적격점수 미확보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재임용 거부 과정에서 진행된 교원업적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교수의 연구업적물 점수가 1차 교원업적평가 130%에서 2차 교원업적평가 114%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재심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2차 교원업적평가는 김 전 교수의 재심 신청으로 진행).

재판부는 "(전남도립대 교원업적평가규정의 재심 신청 규정은) 평가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재심을 청구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평가가 정확히 이뤄진 것인지 다툴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려는 취지의 규정"며 "교원의 권리구제수단의 방법으로 마련된 재심 절차에서 원래의 평가보다 더 불리한 평가를 할 순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김 전 교수의 연구실적물 점수는 130%로 인정됐고 재임용 최소 기준 126%를 충족할 수 있었다(규정상 기준은 200%이지만 김 전 교수의 해임 전 실제 근무 기간만 계산해 126%가 기준).

또한 재판부는 김 전 교수의 교원업적평가 종합평점(69.43점)이 재임용 적격점수(70점)에 미치지 못하게 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다섯 개로 분류된 교원업적평가 영역(▲ 교육활동 ▲ 연구활동 ▲ 봉사활동 ▲ 수범활동 ▲ 대학발전)에는 각각 배점기준이 정해져 있는데, 김 전 교수는 일부 영역에서 최하 배점기준보다 낮은 점수 혹은 0점을 받은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일정한 경우 0점을 부여할 수 있는 '교육활동' 영역과 달리 '수범활동', '대학발전' 영역의 경우 배점기준 이하의 점수 혹은 0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부당하게 부여받지 못한 점수를 고려하면 원고(김 전 교수)가 받을 수 있었던 점수는 최소한 71.10점이 되고 이는 적격점수 70점을 초과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이러한 2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해임 후 2646일이 지나 김 전 교수는 네 번째 승소 판결문을 받아냈다.

이젠 복직? 또 "법적 자문" 말한 전남도립대
 
 해임처분취소 소송, 재임용거부취소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2015년 4월 이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김애옥 전 전남도립대 유아교육과 교수가 지난 8일 자신이 근무했던 교수실의 뜯겨진 명패 흔적을 바라보고 있다.
ⓒ 소중한
 
김 전 교수는 지난 7년을 "소송인생"이라고 표현하며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학교가 아닌 법정에 드나든 7년 간 정신적·육체적으로 너무 피폐해져 예민함, 불면증, 자살충동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학교에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텼다"며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가 유아교육과의 목표대로 좋은 교사들을 양성하고 싶을 뿐 그 이상의 소망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 측은 "재임용을 한다는 방향으로 8월 안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남도립대 측 답변의 뉘앙스는 약간 달랐다. 전남도립대 교무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법적 자문과 법리적 검토 후 재임용 절차 등 후속 조치를 예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김 전 교수는 "대법원 판결이 난 상황에서 어떤 법적 자문과 법리적 검토가 필요하단 것인지 모르겠다"며 "법원이 해임처분을 취소하란 판결을 했을 때도 갖은 이유를 붙여 재임용을 거부하더니 이번에도 그럴 셈인가. 대학, 그것도 공립대학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나"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잇단 승소에도 김 전 교수는 왜 7년 간 복직하지 못한 걸까. 김 전 교수는 "성희롱 의혹 교수의 구명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피해 학생들을 도왔다는 이유로 나를 표적·보복 해임한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전남도립대 측은 "김 전 교수의 주장일 뿐"이라며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기사 <촬영 막더니 질의서도 보내지 말라? 이 대학의 이상한 대응>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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