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이재명의 강한 민주당?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 ['어대명' 도전자에 묻는다②]

오현석 2022. 7. 1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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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위기 국면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말해온 사람이 달라진 민주당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상선 기자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란 말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대선 경선에 이어 두 번째 이재명 의원과 맞붙는 이가 있다. 과거 당 내 소신파 4인방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렸던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이다.

박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인 스스로 두 번의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 분이 ‘다음 전쟁에선 내가 이길 수 있다’고 하는 근거가 뭐냐”며 이 의원을 직격했다. 그는 또 “여론조사 지표에서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의 지지도를 합치면 오차범위에 들어가고, 무응답층도 상당하다”며 “그의 대세론은 허망한 ‘안방 대세론’”이라고 주장했다.

1971년생인 박 의원은 강병원·강훈식·박주민 의원과 함께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으로 불린다. 그는 ‘97그룹’이란 호명에 대해 “우리는 계파·팬덤에 대한 생각부터, 이 의원 출마에 대한 입장까지 다 다르다”며 “저는 계파 정치의 곁불을 쬐지 않았고, 악성 팬덤에 휘둘린 적도 없다”며 자신을 차별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민주, 스윙보터, 중도·보수성향 지지자들이 박용진을 주목하고 있다”며 “연전연패하는 민주당에서 벗어나 이기는 길로 가고 싶다면, 제가 그 길이 되겠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Q : 이재명 의원은 출마 선언에서 ‘강한 민주당’을 내걸었다.
A : “강하지만 선거에선 지는 정당으로 가선 안 된다. ‘어대명’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막다른 골목이다.”

Q : 이 의원 사법리스크를 ‘회색 코뿔소’(예측 가능한 위기)에 비유했다.
A : “우리가 부인하고 싶어도, 객관적으로 (리스크는) 존재한다. 사법 당국도 이미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자의 당직을 정지하도록 한) 민주당의 원칙에 비춰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한 곤란함도 있다.”

Q : ‘97그룹’도 결국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86세대’과 뭐가 다른가.
A : “박용진이 국회 들어와서 ‘나 운동권이오’ 얘기한 적이 있나? ‘유치원 3법’이나 재벌 개혁도 상대를 공격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과 제도에 집중했다. ‘86세대’가 이룬 민주주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우리 시대엔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같은 사람들에 대한 과제가 새로 놓여 있다.”

Q : 그 역시 86세대가 말했던 ‘노동’ 문제 아닌가.
A :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단 거다. 실제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자영업자에게 엄청난 고통이 생기지 않았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명한 주장·구호가 아니라, 끝없는 대화와 타협, 디테일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용진 의원(왼쪽)이 18일 오전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주차장에서 출마연설을 하고 있다. 이곳은 2000년 총선에서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외롭게 유세를 펼쳤던 장소다. 박용진 의원실·중앙포토

박 의원은 인터뷰 다음 날인 18일 부산 명지시장 활어센터 주차장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가 아닌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을 때, 텅 빈 유세장을 보며 “뭐라고 말해야 하지, 할 말을 잊어버렸는데”라고 말했던 장소다. 박 의원은 “당시 환호해준 사람도, 취재하는 기자도 없었지만, 그 도전이 의미 없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며 “저 역시 외로운 출발이지만, 제 한계와 민주당의 한계를 넘어서려 한다”고 설명했다.

Q : 박용진은 ‘늘 혼자’라는 비판이 있다.
A : “권노갑 상임고문을 만났는데 ‘김대중 대통령도 비주류였다. 제2의 김대중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원내총무 선거에서 진 뒤 ‘지프 사서 전국을 다니자. 국민 바라보고 가야지’라고 말씀하신 일화를 알려주셨다. 저 역시 국민 민심과 함께 간다. 다만 당 내부 지지를 확장하는 건 저의 숙제다.”

Q : 대선 경선 때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다. 민주당의 왼쪽 날개인가, 오른쪽 날개인가.
A : “당시 법인세·소득세의 동시 감세를 주장했다. 진보 베이스지만,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다. 레프트(left·좌파)라는 이유로 내 주장만 하면 그게 무슨 정치인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선 도그마에 갇히지 않겠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 선수의 주된 활동 공간은 왼쪽이지만, 그는 오른쪽과 중원 돌파에도 능하고, 왼발과 오른발을 다 쓴다는 장점도 있다”며 “저도 그런 정치를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Q : 민주당 강령에서 ‘재벌 개혁’을 삭제하자는 김병욱 의원 주장에 대한 입장은?
A : “‘재벌 개혁’ 안에 전속고발권 폐지나 순환출자 관련 조항, 진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 제한이 다 들어있다. 이런 건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거다. 그게 불편하다고 없애버리는 건 적절치 않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이재명 의원도 같은 생각인지 묻고 싶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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