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도 더블링 .. 잇단 변이에 쌍봉형 유행 오나
BA.5 유행 정점 오기도 전에
전파력 더 강한 BA.2.75 등장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주말에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명을 넘어 10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당초 BA.5가 검출률 50%를 넘는 우세종이 된다는 전제하에 이르면 8월 초순 하루 최대 확진자가 20만~29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알려진 일명 '켄타우로스(BA.2.75)' 변이가 국내에서도 확인되면서 현재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BA.5 변이와 함께 유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주말에도 '더블링' 계속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신규 확진자 수는 4만342명으로 토요일(16일) 4만1310명에 이어 이틀 연속 4만명대를 기록했다. 일요일 기준으로 보면 지난 4월24일(6만4695명) 이후 12주 만에, 토요일 기준으로는 4월30일(4만3275명) 이후 11주 만에 최다 기록이다. 주말효과가 반영된 이날 0시 기준 확진자 수는 2만6299명으로 역시 지난주(11일) 1만2681명보다 2.07배, 2주 전(4일) 6248명에 비해서는 4.20배 늘었다. 월요일 기준으론 4월25일(3만4361명) 이후 12주 만에 최대치다.
주간 단위로 보면, 지난 11~17일 누적 확진자는 25만3명으로 전주(4~10일 12만2220명)의 2.04배, 2주 전(6만3642명)과 비교하면 3.93배다. 이에 따라 국내 확진자 수는 일간, 주간 단위 모두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한국의 주간 확진자 수는 208개국 중 8번째로 많았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도 평일인 15일 기준으로 세계 7위에 자리했다.
이 같은 유행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건 BA.5 변이다. 6월 들어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에서 확인된 BA.5 검출률은 첫째 주 0.3%에서 넷째 주 7.5%로 점차 증가하다 마지막 주에는 24.1%로 높아졌다. 그 사이 해외유입 사례 검출률은 12.8%에서 49.2%로 급등했고, 7월 들어서는 70.0%까지 치솟았다. 7월 첫째 주 국내감염과 해외유입 사례를 합친 BA.5 검출률은 35.0%로, 방역당국은 당분간 BA.5의 점유율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재유행 2번 올 수도
문제는 아직 BA.5 유행의 정점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전파력이 더 강하다는 BA.2.75가 등장한 점이다. 특히 첫 BA.2.75 확진자가 해외여행 이력이 없었던 만큼 이미 지역사회에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BA.2.75 감염자가 해외 여행력이 없다는 점은 이미 이 변이가 국내에 유입돼 있다는 뜻"이라며 "BA.5와 BA.2.75 어느 쪽이든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A.2.75 확산 정도에 따라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전망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BA.5와 BA.2.75가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 당시 국내에선 BA.2가 BA.1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초기 예측보다 더 큰 단봉형 유행을 보인 반면 영국 등에서는 BA.1의 유행 정점이 지난 후에 BA.2가 영향을 미치며 쌍봉형 유행을 겪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2가 처음 검출돼 점유율이 5%를 넘기기까지 4주, 50%를 넘기기까지 또다시 4주 정도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 BA.2.75는 쌍봉형 유행을 이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 "어느 쪽이든 6차 유행의 크기나 기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BA.5에 이어 BA.2.75가 높은 전파력을 보인다면 기존 국내 신규 확진자 최대치인 62만명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유입이 확인된 BA.2.75가 BA.5에 밀려날 수도 있다. 지난 5월 초 국내에 유입됐던 BA.2.12.1이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도태된 것과 비슷한 경우다. 김 교수는 다만 "BA.5 유행 중에도 BA.2.75가 여러 나라에서 확인되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BA.2.75가 당장은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다가 6차 유행과 백신으로 형성된 면역이 감소하는 시기인 내년 초에 재유행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방역당국은 BA.2.75 변이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은 추가적인 대응 없이 변이의 우세종화 여부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확진자 30만명대 상황에 대비해 병상을 4000개 추가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94만명분의 치료제를 도입하는 한편 의료진도 1만명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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