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닥쳐! 살 포동포동"…자작詩 '매미' 올린 기자 '황당 징계'
중국 상하이 최대 방송사의 중견 기자가 지난 15일 ‘매미에게’라는 제목의 자작시를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징계를 당했다고 홍콩 명보가 18일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에둘러 비난했다는 네티즌의 고발에 따른 조치다. 올 하반기 중국공산당의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온라인 여론통제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산하의 인터넷 매체인 칸칸신원(看看新聞, Knews) 소속 쉬안커구이(宣克炅·45) 기자는 지난 15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짧은 해학시 ‘매미에게(致知了, 매미의 울음소리 ‘즈랴오(知了)’에서 붙인 이름)’를 올렸다.
“입 닥쳐! 너 말이야./높고 높은 위에서, 온통 시끄러운 소리로 공연히 더위만 더한다./스스로 총명하다 여기며 살은 포동포동./흙더미에 칩거하다 5년 넘어서 비로소 음지에서 나왔네, 엉덩이만 써가며 여름날 찬가만 부르니, 인간의 괴로움과 무더위는 알 수 없겠지.(閉嘴! 說你呢. 高高在上, 一片聒噪聲, 平添幾分燥熱. 自以為聰明, 肥頭大耳. 土推裏, 蟄伏, 5年以上, 才爬出陰間, 却只會用屁股, 唱夏日里的讚歌, 不知人間疾苦酷暑.)”
이날 오전 7시 43분 기자가 글을 올리자 곧 시구 가운데 ‘높은 곳, 스스로 총명하다 여기다’ 등이 중국 최고 지도자를 겨냥했다는 네티즌의 지적과 고발이 쇄도했다. 쉬안 기자는 30분쯤 지나 일부 네티즌의 상상과 여론 확산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을 인지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네티즌의 고발을 접수한 웨이보를 운영하는 신랑망에 의해 삭제됐다. 쉬안 기자 본인의 진술에 따르면 이날 아파트 단지에서 아침 조깅을 하던 중 들린 매미 울음소리가 신경을 거스른 데다가 연일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이런 시가 나왔다고 한다.
팔로워 170만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인 쉬안 기자는 회사 측으로부터 자아비판과 교육 처벌을 받고 “독자의 오독(誤讀) 역시 성숙한 매체 종사자가 직업적으로 책임을 지어야 할 사항”이라고 반성했다고 명보는 보도했다. 쉬안 기자의 웨이보 계정에는 현재 “관련 법률과 법규 위반으로 해당 사용자는 현재 금언(禁言, 게시물 게재 금지) 조치했다”는 안내문이 게재된 상태다.
한편,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SNS의 여론 통제는 갈수록 강화 추세다. 신랑망은 지난 13일 공지를 통해 중국어 발음은 같지만 철자가 다른 동음이철어(homophonous)를 말하는 해음(諧音)과 고의로 글자를 틀리게 바꿔 쓰는 변체자(變體字)를 규정 위반 행위로 보고 시정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당과 지도부를 겨냥한 우회 비난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는 18일 쉬안 기자의 자작시 ‘매미에게’는 해음도, 변체자를 사용한 게시물도 아니지만 규정 위반으로 삭제당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한 네티즌은 “기자가 매미로 시를 지었는데 집권자는 스스로 자신을 여기에 끼워맞추며 기자가 딴 마음을 품었다 여긴다”며 “매미 황제가 의심이 많다”는 댓글을 올렸다고 RFA는 보도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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