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는 왜 "주한미국대사관 철수"를 외쳤나

이준호 2022. 7. 1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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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뉴스+] 보수층에게 벌어진 난감한 일

[이준호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럽연합(EU),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핀란드, 호주 주한대사도 참석해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2022.7.16
ⓒ 연합뉴스
 
보수층에 난감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보수단체가 미국에 반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16일 일부 보수단체들은 퀴어퍼레이드 행사장 주변에서 "미국 대사 임명 반대", "주한미국대사관 철수"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1]

이에 앞서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 대사관 앞에서는 반동성애기독교시민연대, 옳은부모연합, 반동성애국민연대, 대한애국청년단 등 보수시민단체 주최로 '동성애자 주한미대사 임명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신임 필립 골드버그 대사 임명에 대해 "혈맹인 미국이 어떻게 이럴 수가" "우리 입으로 양키 고 홈 외치지 않도록 경고한다"라고 외치며 성소수자 대사를 임명한 미국을 규탄했습니다.[2]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16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 무대에 올라 성소수자 권리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퀴어축제 참석은 10일 한국에 부임한 골든버그 대사의 첫 대외 행보입니다. 마크 리퍼트, 해리 해리스 전 미 대사도 퀴어축제에 참석했지만 연단에서 연설을 한 사람은 골드버그 대사가 처음입니다.[3] 골드버그 대사는 그 자신이 성 소수자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미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 대사(Career Ambassador)'로 한국은 그의 네 번째 대사 부임지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4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말하는 등 대북 강경파로 꼽힙니다.[4][5]

대북 강경파라고 하는데도 보수단체들은 성 정체성을 들어 미국 대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매일 오전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 '주한 미국대사 부임 반대' 집회를 해온 윤석열 대통령의 팬클럽 '대윤본부 동우회' 손한나 대표는 "대북제재 외교는 좋지만 성소수자가 공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국가·가정 등에 있어 대북제재보다 손해가 크다"라고 주장했습니다.[3]

난감한 보수층
  
 성소수자인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 임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대사관앞에서 반동성애기독교시민연대, 옳은부모연합, 반동성애국민연대, 대한애국청년단 등 보수시민단체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보수층에 난감한 일은 또 있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쟁점으로 삼아 전 정부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귀순한 어민을 강제로 돌려보내는 반 인권적인 짓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보수층 이탈을 막는 동시에 이탈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탈북 어민을 판문점에서 북송할 당시의 사진까지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한국갤럽이 15일 내놓은 7월 2주 차 여론조사 결과(지난 12~14일 전국 성인 1003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를 보면 통일부가 북송 당시의 사진 10장을 공개한 12일 이후에도 보수층의 대통령 국정 수행 부정 평가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7월 1주 차 28%, 7월 2주 차 35%).[6] 어민 북송 사건이 보수층 결집에 별 영향이 없다는 방증입니다.

이 사건에 대해 15일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서 김어준 진행자는 "내용을 보면 16명을 연쇄 살인을 한 거 아닌가"라며 "보수층은 범죄 혐오 지수가 높다. 사형 찬성 비율이 보수가 항상 높다.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내용을 제대로 못 갖춘 (윤석열 정부의) 기획"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15일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나와 보수적인 사람들 중에는 "보수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이거는 보내야지 그런 흉악한 사람들은"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보수 정부에 의해 '성소수자 반대', '범죄자 반대'라는 가치가 전도된 상황이 전개되면서 보수층의 난감함은 한동안 지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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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출처 [1] 한겨레, 퀴퍼 찾은 신임 미 대사 “우리는 누구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2] 오마이뉴스, "우리 입으로 양키 고 홈 외치지 않게 하라" 성소수자 주한 미 대사 임명 반대 회견 [3] 경향신문, 친미 보수 “미국대사 돌아가라” 외치는데...골드버그, 16일 ‘퀴어축제’ 공개 연설 [4] 경향신문, 퀴어축제 찾은 신임 미 대사 “누구도 버리고 갈 수 없다···인권 위해 계속 싸울 것” [5] 이데일리,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10일 정식 부임 [6] 뉴시스, 尹대통령 지지율 32% 위태로운 이유…'등돌리는 보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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