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9시간 노동으로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나

고현종 2022. 7. 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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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일자리' 사업의 한계

[고현종]

"매일 죽음을 생각해. 나를 데려가 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해도 들어 주시지 않아."

태민영(여, 70세)씨의 하소연이다. 태민영씨는 법대를 나왔다. 법대를 나왔지만, 사법고시를 보거나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았다. 당시 시대는 여자들이 대학을 진학하는 게 좋은 곳에 시집가는 수단이었다.

"꽃꽂이, 피아노, 요리를 배웠지. 신부수업이라면서. 법을 전공했지만, 이걸로 법조인이 되거나 생계를 유지할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 부모님도 그렇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태민영씨는 돈이 필요했다. 초등학생, 중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며 필요한 돈을 마련했다.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은 없었다. 아직 비혼인 태민영씨는 교직에 있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곁을 떠나자 생활이 어려워졌다. 용돈벌이로 하던 피아노 강습이 생계 수단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피아노 수강생이 줄었다. 부모님이 남겨준 집을 팔고 생계비를 충당했다.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회 경력이 없고 나이 많은 그녀를 써 주는 곳은 없었다. 주거환경이 전세에서 월세로 나빠졌다. 65세가 되자, 그녀는 겨우 노인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었다. 노인 일자리는 주에 3일, 하루에 3시간 노동한다. 월 30시간 이하로 일한다. 노동의 대가는 월 27만 원이다.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 노인 일자리

그녀는 법을 전공한 기억을 살려 근로기준법을 살펴봤다. 노동자라면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근로기준법이 노인 일자리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노인 일자리는 복지 차원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몇 년을 일해도 휴가와 퇴직금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체념하고 노인 일자리 27만 원과 기초연금 30만 원으로 생계를 이어갔다. 57만 원으로 한 달을 살기에는 버거웠다. 월세 25만 원을 제하고, 병원비 15만 원을 빼면 매월 17만 원으로 살아야 한다.

"17만 원으로 한 달을 살 수가 없어. 노후 준비할 생각은 안 하고 신부수업만 했던 지난날이 원망스러워.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면서도 직업보다는 결혼의 수단으로 여겼던 부모님까지 탓하게 돼. 빡빡한 현실에 매일 기도를 하지. 제 목숨을 거둬 가실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달라고." 

같은 노인 일자리이지만 다른 혜택

그녀에게 희망이 생겼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형이라는 사업이다. 사회서비스형은 노인의 경력과 활동 역량을 활용하여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지역사회 돌봄, 안전 관련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라고 정의한다. 

주 소정근로시간은 15시간이다. 주휴수당, 연차수당을 합치면 월 71만2000원을 받는다. 다만 1년에 10개월만 운영하기에 퇴직금이 없다. 월 27만 원에 주휴수당, 연차휴가도 없는 노인 일자리보다 질 좋은 일자리인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에 신청했지만, 그녀는 떨어졌다. 급여가 높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다 보니 하려는 노인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같은 노인 일자리인데 급여도 다르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제각각이고, 법을 공부한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공익형 노인 일자리는 산재보험이 아니라 상해보험에 가입해. 반면에 사회서비스형은 산재보험에 가입해. 4대 보험 가입도 차별하고."

그녀는 노인 일자리는 단기 알바인 초단시간 노동이라고 했다. 건강하고 생계가 다급한 노인에게는 전일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2022년 노인 일자리는 84만 5천 개이다. 이중 월 15시간 노동에 27만 원을 받는 공익 활동 노인 일자리는 60만 8천 개로 전체 노인 일자리의 72.2%에 달한다.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복지 차원이라며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하면서도 고용통계는 잡는다. 이렇다 보니 매년 연초가 되면 전체 고용률과 노인 고용률 수치가 높게 나온다.

태민영씨는 노인이 되어서까지 노인 일자리 안에서 질 높은 일자리와 그렇지 않은 일자리로 양분된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노인에게도 일하다 일시적 실업자가 되면 실업급여가 제공되어야 하고,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전일제 일자리가 주어져야 자기 같이 초단시간 노동으로 인해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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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특집'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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