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美 달러 가치 초강세..세계 곳곳 경제불안에 '휘청'
미국 달러화 가치가 2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외채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이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하는 등 세계 곳곳에 경제 불안에 휩싸였다.
16일(현지시간) 주요 6개 통화(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와 비교해 달러 가치를 산출하는 달러 인덱스는 108.06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가 108선에 오른 것은 200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서만 10% 이상 치솟았다.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급변하면서 전 세계 경제 여건도 요동치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는 2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유로당 달러 환율도 20년 만에 1대 1(패리티)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 원화 가치도 20년만에 달러달 1300원을 넘어서며 급락했다.
달러 대비 강세를 기록한 통화는 산유국인 앙골라, 식량 수출국인 우루과이, 에너지·농산물 수출국인 브라질, 에너지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러시아 정도다.
대다수 국가가 달러 대비 자국통화 가치 하락을 경험하면서, 재정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는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자국 통화가 빠르게 하락한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같은 나라는 채권자에게 달러로 이자를 지불하기가 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510억 달러(약 66조원) 규모의 국가 채무를 안고 있던 스리랑카는 이미 지난 5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스리랑카 외에 디폴트에 가장 취약한 5개국으로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을 꼽았다.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글로벌 기업도 달러화 강세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세계 주요 증시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애플과 다른 기술 대기업들은 몇 주 뒤 재무제표를 발표할 때 달러 강세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매출의 6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투자업체 이토로 시장전문가 벤 레이들러는 달러 가치 상승 때문에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이익이 5%, 약 1000억달러(132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달러가 독보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전 세계 어느 중앙은행보다도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리는 중이다.
긴축에 따라 경기침체(recession)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투자금이 달러로 환전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달러는 최근 금값이 급락하는 상황에도 계속 치솟는 등 최고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기부진, 유럽의 에너지난, 일본의 엔저 전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전략에 따른 공급 차질,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에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시장조사그룹 공동 책임자인 카맥샤 트리베디는 "지금으로서는 달러를 가장 먼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금 더 지속되겠지만 아마도 달러 이동의 가장 큰 부분은 훨씬 전에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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