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금리 6% 돌파에 속 타는 세입자..'월세화' 속도 붙나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이사를 하기 위해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높은 전세대출 금리에 포기했다. A씨는 올해 말 첫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좀 더 넓고, 어린이집을 보내기 수월한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조건에 맞는 아파트 전셋값은 6억원 상당으로 1억5000만원 빚을 더 내야 했다.
은행에서 전세대출 상담을 받아보니 예상금리는 연 4.5%였다. A씨는 “현재 매달 200만원씩 대출 이자(원리금)를 갚는데 추가로 56만2000원 더 늘어난다”며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불편하더라도 참고 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최고 금리가 연 6% 선을 넘어섰다. 전세대출 금리가 뛰면서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오는 8월 ‘임대차 3법’ 시행 2년을 맞아 ‘전세 대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져 세입자의 속은 타들어 간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주택금융공사보증ㆍ2년 만기)는 연 4.10~5.08%다. 지난 6월 27일에 비해 하단은 0.11%포인트, 상단은 0.07%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은행이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난해 8월(연 2.71~3.64%)과 비교하면 최대 1.45%포인트 뛰었다.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금리(연 4.80~6.20%) 상단은 이미 6%선을 넘었다.
전세대출 금리가 크게 뛴 데는 주요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금리 오름세 때문이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38%다. 전달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2010년 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 이래 오름폭이 가장 컸다.
최근 급등한 은행채 금리도 영향을 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AAA) 금리는 지난 15일 기준 연 3.02%다. 6개월 만에 1.36%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의 첫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 인상) 인상은 다음 달 중순 적용될 7월 코픽스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세대출 금리가 보통 5~6%대였던 금리 상승기 시절인 2011~2012년 수준으로 돌아갔다”며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하면 조만간 은행권 전세대출상품 평균 금리(상단)는 6%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달 임대차 계약갱신청권(임대기간 2+2년 보장)이 만료되는 세입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묶어놨던 임대료가 시세를 반영해 급등할 수 있는 데다 추가 대출을 늘리기엔 이자가 부담돼서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의 85㎡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0년 6월 말 기준 4억511만원이었다. 지난 2년간 상승률은 16.26%다. 계약 연장을 하려면 임차인은 평균 6587만원의 전세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A씨가 5% 전세대출 금리로 6587만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329만원의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는 이유다.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세입자는 계약 갱신 때 전세금을 올리는 대신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이 유리할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전ㆍ월세전환율은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기준 4.2%다. 전세대출 금리 상단(5.08%)보다 0.88%포인트 낮다. 만일 은행에서 제시한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연 4.2%)보다 높다면 임차인은 은행 이자를 내기보단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게 낫다.
실제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계약의 비중은 갈수록 늘고 있다. 17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서 확인한 전국의 부동산 임대차 거래(확정일자 기준) 중 월세 비중은 지난 1월 46%였는데 지난달 50.2%까지 올랐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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