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땐 광속, 내릴 땐 찔끔..휘발윳값 여전히 2000원대
휘발윳값이 내려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고 정부가 유류세도 추가로 깎아줘서다. 그런데 속도는 영 느리다. 여전히 2000원대다.
1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한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2034.36원이다. 하루 전보다 4.47원(0.22%) 내렸다. 이날 자동차용 경유 가격도 L당 2088.75원으로 하루 사이 3.53원(0.17%) 하락했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평균 휘발윳값이 L당 2000원 아래로 내려온 곳은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대구(1984.34원)와 대전(1999.03원) 단 두 곳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법정 한도까지 확대한 이달 1일 이후 기름값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L당 평균 가격은 2000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기름값이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30일(L당 휘발유 2144.9원, 경유 2167.66원)과 비교해 4~5%가량 찔끔 내렸을 뿐이다. 금액으로 따져도 하락 폭은 L당 100원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 움직임은 국제유가 흐름과도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가장 비쌌던 때는 지난 3월 초다. 당시 배럴당 120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후 차차 내려오는 중이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고물가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금리가 뛰었고, 경기 침체 우려로 번지면서다.
3월 9일(현지시간) 배럴당 127.86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값은 지난 15일 98.33달러까지 내려왔다. 하락 폭은 23.1%에 달한다. 영국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 역시 고점 대비 21%, 21.1% 각각 하락했다. 보통 국제유가는 2~3주 시간 차이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시차를 고려해 2~3주 전 국제유가를 기준으로 비교해봐도 고점 대비 하락률은 10% 중반에 이른다.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10% 넘게 하락하고, 유류세 인하 폭 확대(30→37%) 확대로 휘발유는 L당 57원, 경유는 38원 각각 세금이 추가로 줄었는데도 국내 석유제품 값은 크게 내리지 않았다.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 움직임도 다급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임대료ㆍ인건비 등 관리 비용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시장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가동한 기획재정부ㆍ산업부ㆍ공정거래위원회 등 공동 ‘정유사ㆍ주유소 시장 점검단’을 통해서다.
이날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은 KBS ‘일요 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유류세를 내린 것에다가 국제유가도 주춤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또 정부에서 시장 점검 등 노력을 하고 있다. 조금 기다리면 그 효과를 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세 추가 인하도 당정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고위 당정협의 결과 기자회견에서 “세계 전체 (경기) 하방으로 인해 유가가 떨어지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석유) 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법 바꿔서라도 유류세 인하하겠단 방침엔 변화 없다”고 밝혔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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