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9번 '文' 8번 외쳤다..취임 100일 어깨 무거운 권성동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9번, ‘문재인 (정부)’을 8번 언급했다. 원 구성 협상 교착 49일째를 맞아 대야(對野) 압박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생 살리기를 위한 경제 체질 개선”을 공언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주도 경제정책은 실패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민간주도”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과방위원장 배분을 놓고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언론 장악”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작년 여름 민주당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언론중재법 강행을 시도했다”며 “국민의힘이 이걸 막았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 길들이기가 이번 정부에서 계속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추천했다고 밝힌 대통령실 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우모씨의 이른바 ‘사적 채용’ 논란에 대한 발언도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별정직이며 채용 특혜라는 말이 잘못된 것이다. 전혀 모른 사람이랑 일할 수 있겠냐’고 했다”며 “이걸 가지고 사적 채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반직·별정직 공무원 채용 절차와 방법, 관행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국민을 호도하기 위한 프레임”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요즘 당 대표와 원내대표 역할을 홀로 소화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윤석열 대통령 만찬(10일)→선수별 의원 모임 및 의원총회(11일) 등을 거쳐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집권여당 ‘원톱’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장의 골칫거리인 원 구성 협상 문제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당의 동반 지지율 하락이란 거대 악재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7월 셋째 주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반면 부정 평가가 최고 60%까지 치솟으며 긍정·부정 평가가 완전히 뒤집어지는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현실화했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 홈페이지 참조.)
권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지지율 관련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답변을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럴 때 정부에 쏟아지는 비판과 쓴소리를 제대로 전하는 게 당의 역할”이라면서도 “정권 초 국정 운영을 입법으로 뒷받침하는 일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원내대표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전 정권과의 차별화에 집중하는 건 권 원내대표가 꺼낸 지지율 수습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날 오후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우리가 문재인 정권과 다른 과학방역을 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일상 제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합리적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코로나 19가 확산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심과 직결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장기적으로는 당·정간 긴밀한 소통을 통한 개혁 과제 추진에 집중하는 게 권 원내대표의 구상이라고 한다. 그는 간담회에서 “원내대표로서 공개적으로 직언한 적도 있고, 직접 대통령을 만나 자주 소통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 구성 이후 국회 중점 추진 과제로는 연금·노동·교육개혁 등 3대 개혁과제를 제시하면서 여·야·정 협의체 등을 세부 방안으로 거론했다.
다만 향후 야당의 협조가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강릉 우모씨라고 지칭하는 (인사 관련) 문제는 윤석열표 공정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며 “최소한의 반성과 돌아봄이 부족한 태도 때문에 계속 지지율이 붕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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