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 수사 라인 교체하면 개입 아닌가" 불씨 남긴 경찰국 신설안

김판 2022. 7. 17. 18: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행정안전부가 다음 달 2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확정하며 "수사와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수사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총경급 경찰 간부는 17일 "공무원 조직은 결국 인사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며 "결국 어떤 식으로든 수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위직 인사제청권·중요 정책 보고 의무
경찰 "행안부를 통한 수사 개입 여지 남아" 반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달 9일 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행정안전부가 다음 달 2일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확정하며 “수사와 전혀 상관없다”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장관의 수사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총경급 경찰 간부는 17일 “공무원 조직은 결국 인사를 통해 메시지가 전달된다”며 “결국 어떤 식으로든 수사에 개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담당한 수사 라인이 석연치 않은 시점에 모두 교체된다면 그 자체로 권력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본 다른 간부들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행안부는 경찰국 내 ‘인사지원과’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의 임용제청과 관련한 업무를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현행 경찰공무원법에도 총경 이상은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도록 규정돼있다.

행안부는 “인사제청권의 실질화”라고 강조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고위직 인사를 사실상 행안부가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조직 내에서는 “어차피 고위직 인사의 키는 행안부 경찰국장이 쥐게 됐는데, 누가 경찰청장의 말을 듣겠나”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이 장관은 이미 경찰청장 후보자와 치안정감 후보자를 직접 면담하면서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국가경찰위원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가경찰위는 지난 15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방안이 공식화되자 입장문을 통해 “인사제청권은 인사 추천권을 전제하는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의 인사제청권을 실질화한다는 명목으로 경찰청장의 인사 추천권을 침해‧형해화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새로 제정되는 경찰청장 지휘규칙에도 수사 개입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가 마련한 안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중요 정책 및 계획의 추진 실적’ 또는 ‘그 밖에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 보고 의무를 갖게 된다. 하지만 보고 대상이 되는 ‘중요 정책’이나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이 모호해 남용의 우려가 크다.

국가경찰위는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보고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장관이 치안 사무에까지 직접 관여할 여지를 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찰 간부는 “경찰 업무의 본질이자 핵심은 결국 수사와 치안”이라며 “중요 정책을 보고하면서 수사와 치안사무만 빠진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선 이 장관의 발언 역시 ‘수사 개입’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 장관은 지난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권에서 수사되어야 할 것들 중 수사가 안 된 게 꽤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 지난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행안부 통제안이 적용되면) 시스템상으로 수사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면서도 “다만 (경찰이) 전반적인 수사 지휘는 받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을 경찰이 수사를 안 하면 ‘수사하라’ 이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면서도 ‘여지’를 남겨두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며 “경찰을 직접 지휘하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