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0만원씩 3년 내면 1440만원 준다..신통방통 통장의 비결
인천 서구에 사는 직장인 박민우(28ㆍ가명) 씨는 지난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큰돈을 만져봤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인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온 박씨는 어린 시절부터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였다고 한다. 그는 “기초생활 수급 탈출이 평생 목표였다”고 했다. 박씨는 2018년 5월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청년 자산형성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월 1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정부에서 일정 금액을 추가로 적립해주는 제도다.
당시 취업준비생이던 박씨는 틈틈이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쪼개 매달 적금을 부었다. 그리고 3년 만인 지난해 1200만원가량의 목돈을 손에 쥐게 됐다. 박씨는 “처음 가입할 때는 3년 뒤면 1000만원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나지 않았다”라며 “평생 적은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입장에서는 너무 크고 비현실적인 액수의 돈이라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를 이어가는 현실이 힘들었지만, 통장에 차곡차곡 돈이 모이는 것을 보며 뿌듯했고 힘이 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새 취업에 성공해 직장인이 됐고, 바라던 대로 수급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모아둔 돈을 전세보증금에 보태 좀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복지부는 18일부터 내달 5일까지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 신청을 받는다. 박씨와 같은 저소득 근로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다. 계좌에 가입자가 매달 10만원씩 적립하면, 정부가 매달 10만원씩 지원금을 더해준다. 3년간 지원하며, 만기 시에는 본인 납입액 360만 원을 포함해 총 720만 원의 적립금과 예금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ㆍ차상위 청년은 정부지원금을 월 30만 원 더해줘 3년 뒤 총 1440만 원의 적립금과 예금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가입 대상은 만 19~34세 일하는 청년이다. 근로ㆍ사업소득이 월 50만 원 초과~200만 원 이하인 경우 가입할 수 있다. 또 가입 청년이 속한 가구의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4인 기준 약 512만원)이고, 가구 재산은 대도시 3억5000만 원, 중소도시 2억 원, 농어촌에 거주하는 경우 1억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ㆍ차상위(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청년은 만 15~39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근로ㆍ사업소득 기준(월 50만~200만원)도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가 더해주는 지원금을 전액 받으려면 가입 후 3년간 계속 일하면서 매월 10만 원 이상 저축해야 한다. 또 총 10시간의 경제ㆍ금융 관련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자금사용계획서를 내야 한다.
복지부는 이전에 기초생활수급자ㆍ차상위 청년만 지원했는데, 그러다 보니 수혜자가 1만8000명에 그쳤다. 이번에 대상자를 대폭 넓히면서 지원대상이 10만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내일통장 가입자 720여명을 대상으로 패널 연구를 진행한 최상미 동국대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는 “참여 청년 70%가량이 탈수급에 성공했다”라며 “저소득 가구의 청년들이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주는 한편, 심리적으로도 청년들에게 성취감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가입 신청은 복지로(www.bokjiro.go.kr)나 거주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할 수 있다. 복지부는 원활한 신청을 위해 신청 시작 2주간(7월 18~29일)은 출생일로 구분해 5부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5부제 기간 동안 신청하지 못한 경우 3주차(8월 1~5일)에 5일간 추가 신청할 수 있다.
소득ㆍ재산 조사를 거쳐 10월 중에 대상자가 선정된다. 선정된 청년은 통장을 개설하고 실제 적금을 부어야만 정부의 추가 적립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을 희망하는 대상자는 복지로 웹사이트의 ‘자산형성지원 사업 모의계산’을 통해 가입 가능 여부를 자가진단해 볼 수 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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